•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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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 =최치선 기자]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인 비너스회 창립을 주도하고 현재 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영 교수(서울대 의대 외과학 교실)는 여성암 발생 1위인 유방암 퇴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용장 중 한 명이다. 노 교수를 만나 그의 일상과 취미 그리고 올해 계획 등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그리그의 피아노 콘체르트를 좋아합니다. 대학 때 프렌츠호른을 배워 약 10년 동안 연주를 했는데 그 영향인지 스케일이 큰 음악이 좋더군요. 지금은 연주보다 서울대 의대 오케스트라 지도 교수로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무엇이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노동영교수가 활짝 웃으며 답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7시에 출근해서 비너스 홈피를 관리하고 8시부터 수술과 외래를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 된다. 식사가 끝나고 차 한 잔 마시자마자 곧 수술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는 데 하루 대부분을 보내지만 노동영 교수의 얼굴은 지친 표정이 없다. 오히려 일을 즐긴다고 할 정도로 화색이 돈다. 그의 밝고 긍정적인 사유가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동영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을 떼놓고는 생각 할 수가 없다. 유방암 환자들의 공식 모임이 전혀 없었던 척박한 풍토에서 2000년 12월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인 비너스회를 창립했으며 그 후 지금까지 비너스 홈페이지를 통해 환우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주치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 올해로 7년째가 되는 비너스회 홈페이지에 실린 노 교수의 답변이 무려 10,000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환우들의 모임 비너스회 창립하고 주치의 자청

“존스 홉킨스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졸업논문 주제로 내가 답변한 것을 활용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2월에는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으로 책이 나옵니다.”


일을 취미처럼 즐기는 노동영 교수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노동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유방암발생률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그에 못잖게 5년이상 생존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85%이상 생존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개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노 교수는 영상수술법을 고안했으며 유전체가 환자의 종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형단백질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국제컨소시엄(15개국 참여)에서 한국 대표 중 한명이다. 한국측 단장은 유명희 박사(KAIST 교수)다.

노동영 교수는 이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환자를 진료하고 매년 700여 명의 환자를 수술한다. 그는 유방암의 세포 및 분자연구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94년부터 SCI 등 세계적 권위지 에 이와 관련된 논문을 100여편 이상 발표했다. 그의 행보는 비단 연구와 수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0년에 유방건강재단을 창립했고, 한국유방암학회 대외협력 및 국제이사 등 대외활동에도 열심이다. 2002년부터는 유방암 계몽 캠페인인 ‘핑크 리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5대 도시(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를 돌며 단축마라톤 대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참여율도 높아서 한 번에 8,000~10,000명이 참여합니다. 개인적으로 큰 보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비록 5km구간이지만 환우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뛰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고 한다.

클래식 마니아로 10년간 호른연주 해


그는 또 2004년 초까지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실장을 맡아 ‘전자 의무기록 시스템(EMR)구축의 리더가 되었다. 이처럼 그의 활동분야는 결코 녹록치 않다. 보통사람으로서는 소화하기 힘든 분량이다. 그래서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게 그에겐 야속하기만 하다. 자칫 노동영 교수의 이미지가 무척 건조하게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말했듯이 클래식 마니아로서 전통식을 고집하는 부위기 있는 토종남자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줄 아는 신세대 가장의 면모도 고스란히 갖고 있고 컴퓨터도 직접 홈페이지를 관리할 만큼 수준급이다. 노동영 교수는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솜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볶음밥과 찌개 종류는 칭찬을 받을 만큼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유방암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의 맛있는 요리를 맛보기 힘들겠지만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우들을 생각할 때 유방암을 정복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촬영을 하기에 앞서 유방암과 관련해 노동영 교수에게 궁금한 것 몇 가지를 질문했다.

최근 유방암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입니까?

“지난 2001년부터 계속 유방암이 위암과 자궁경부암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유방암의 발병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고 생활패턴이 몸을 조금 움직이는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폐암, 전립선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도 선진국형 암입니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결혼 뒤 아기를 일찍 낳도록 하며 모유가 좋습니다. 또 매주 3일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해야 합니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암 예방을 위해 채소를 하루 다섯 접시 이상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콩을 듬뿍 먹는 것이 좋습니다. 콩은 여성에게 유방암과 함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은 음식입니다.”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합니까?
“20세 이상은 매달 자가 진단하고 30대 중반 이후엔 해마다 유방촬영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자가 진단으로 70%이상이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가슴에 멍울이 맺힐 경우 80%는 양성종양이지만 20%는 암이라고 봅니다. 멍울은 더러 겨드랑이에 생기기도 합니다. 한 쪽 유두에서 핏빛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가 갑자기 들어가는 경우, 젖가슴 한쪽이 쑥 들어가는 경우, 양쪽 가슴이 비대칭이 될 때 등에도 유방암을 의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증세가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 검사가 필요합니다.”

유방암에 잘 걸리는 사람은 어떤 유형입니까?
“고지방 고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잘 생기는데 12세 이전에 초경이 시작되고 55세 이후에 폐경이 된 사람도 잘 걸리며 폐경이후 비만인 사람도 발병률이 높습니다. 출산이 늦거나 아예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도 잘 걸리죠. 물론 가족력이 있으면 더 조심해야합니다. 서구에서는 50대에 환자가 가장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4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유방암은 완치가 가능합니까?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유방에만 암이 있을 때엔 10년 생존율이 98%정도이고 주변 조직에만 암이 침범했을 때에도 생존율이 70%를 넘습니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시작되면 생존율이 20%대로 떨어집니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대부분 가슴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도 유방 성형 수술로 가슴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Profile
노동영 교수(서울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서울대학교 병원 EMR팀장, 의료정보 센터장, 의무기록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서울대학교암연구소 유방암 연구실장, 한국유방암학회 국제협력이사, 한국 과학기술 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내역은 지난 93년 미국 NIH의 Fogarty International Fellowship Award를 받았으며, 2001년에는 Oraganon international로부터 ‘젊은 연구자상’을 2005년 6월에는 한국유방암학회 동아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유방암’ ‘유방암예방 식이요법’ ‘암을 알고 이기는 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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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우들의 멋진 주치의 ‘노동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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