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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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밥상 연구가 문성희 이사장
▲ 문성희 이사장이 차려준 자연밥상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자연요리 전문가인 (사)평화가 깃든 밥상의 문성희(63) 이사장을 충북 괴산에서 만났다. 10년 만에 산에서 내려와 괴산 미루마을에 보금자리를 틀고 자연밥상 전도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만나기 전 ‘<평화가 깃든 밥상> (샨티 간)’을 읽어 보았다.

평화를 찾는 지치고 외로운 영혼들에게 드리는 밥상으로 시작하는 그녀의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었다. 20여년 동안 부산에서 잘나가는 요리학원 원장으로서 누렸던 부와 명예 그리고 안락함을 포기하고 산 속으로 들어간 뒤 얻은 자기성찰 에세이집에 가까웠다. 그녀의 밥상에 차려진 소박하지만 생명기운이 가득한 자연 음식을 맛보는 순간 그 뜻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 모른다.

‘평화가 깃든 밥상차리기’, ‘자연이 준 그대로의 삶 살기’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 무엇일까?’에 대한 그녀의 의문과 탐구는 먹는 음식이 곧 생명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어느날 우연히 햇볕과 바람에 말린 생식을 먹게 되면서 몸 세포가 변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끼고 영혼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요리학원을 떠나 산으로 들어 간 문 이사장은 세상적인 모든 감투를 내려놓고 자연인 문성희로 살게 된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2010년 그녀는 고요한 산자락 계곡물 소리처럼 낮고 생명력 강한 여자가 되어 세상에 돌아왔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녀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생명이 있는 밥상을 화두로 살아온 그녀이기에 세상 사람에게 자신이 얻은 소중한 재산을 나눠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곧 ‘지구를 위한 밥상’과 ‘평화가 깃든 밥상차리기’다. 지난 이십 년 동안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음식을 먹고 가르친 시간을 버리고 그녀는 현재 생명이 넘치는 자연이 준 그대로의 원형질을 존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 보름 전 자신의 안식처이자 (사)평화가 깃든 밥상 사무실 겸 연구소에서 그녀를 만나 자연식 요리에 빠지게 된 동기와 근황을 들어 보았다. 

 
내 음식의 핵심은 ‘먹는 것이 곧 치유’

“ ‘자연요리 전문가’는 2009년 처음으로 쓴 <평화가 깃든 밥상>을 출간하면서 출판사에서 붙인 겁니다. 뭘 의도하거나 계획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럽게 내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자연음식’과 ‘자연요리 전문가’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손사래를 치며 답하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겸손함과 수줍음이 교차했다. 그녀는 산 속에서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았는지 모른다. 꾸미지 않아도 세상은 자신을 꾸밀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켰다. 그래서 불편하고 느리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내 음식의 핵심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것입니다. 생명을 담는 것을 의미하죠.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평화로운 기운이 들어갑니다. 인공적인 요소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살기 급급해서 몸과 마음이 찌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정성껏 돌보면 마음도 달라집니다. 곧 치유의 과정입니다. 산속에서 배운 것도 먹는 것이 곧 치유라는 것입니다.”

라다크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삶 배워

그녀는 산 속에 들어가기 전 부산 금정구 두구동에서 1년, 입석마을에서 1년, 임기마을에서 1년을 보냈다. 그 후 산속에 들어갈 때는 냄비와 밥그릇 몇 개만 남겨놓고 그릇과 옷, 책도 다 나눠줬다. 학원이 잘되고 돈을 많이 벌고 언론에 관심을 받게 될수록 공허함이 밀려왔다. 마음속 깊은 곳에 평온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삶이 재미없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화려하게 보여주기만 하고 생명력이 없는 음식에 회의가 생겼다. 그 즈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도 라다크(인도 북동부지역에 있는 오지)로 떠났다. 그 곳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차츰 평온을 찾았다. 사막생활을 하는 라다크인들을 보며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이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사이

그녀가 말하다 물을 마시는 사이 잠깐 집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과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벽에는 약 5호~10호쯤 되는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딸 작품이에요. 학교를 다니지 않고 독학했는데 지금은 제법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정상적인 교육을 마쳤다면 지금의 결과는 없었을 테지요. 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와 음악 그리고 미술을 배웠어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찍부터 배우고 익혀서 스스로 얻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딸을 인정한 사건이 있다. 어느 날 영화 리스트를 가져와 엄마와 아빠가 볼 것, 자신이 볼 것이라고 보여주는데 수백 편에 걸쳐 장르, 감독, 주연, 시놉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새로 이사한 이 집은 혼자 지낼 때가 많다. 남편은 낙동강 생태지킴이로 평생 강만 쫓아다녔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한다. 또한 각자의 공간에서 최선을 다한다. 결과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생명력 강한 음식 먹으면 바로 세포 형성

이사 온 이후에도 그녀의 생활은 산속에서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름에는 해가 뜨기 전 3시쯤 일어나서 요가와 산책으로 몸을 풀어주고 찾아 온 학생들과 요리공부를 하고 한 살림 강연도 하면서 지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9시 30분쯤 잠든다.

오랫동안 이렇게 살다보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먹어야 하는지가 명료해졌다. 각각의 음식이 가진 성질과 향, 모양, 맛을 자연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이 우리 몸에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았다. 생명력이 강한 음식들은 내 몸에서 바로 세포가 되는 걸 느꼈다. 그 결과 몸이 가벼워지면서고 행복감이 충만하고 평화로웠다. 속과 마음이 더불어 편안해 진다. 

오방색을 즐기고 항상 가까이 하면 힐링

“음식의 오방색을 상에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도 알고 보면 빛으로 되어 있습니다. 명상을 하다 빛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뼈 속이 뜨거워집니다. 바로 원적외선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햇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힐링이 됩니다.”

그녀는 우리 인생이 힐링 하려면 오방색을 생활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즉, 식품도 5가지 색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고대미는 쌀의 오방색(흑미, 녹미, 현미, 적미, 백미)을 복원한 것으로 7대3의 비율로 섞어 먹으면 좋다. 

자연밥상은 농부의 밥상

그녀에게 자연밥상은 무엇일까?

“농부의 밥상입니다. 앞으로 농부가 잘 사는 세상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옛농법을 복원해서 유기농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성폭행 그리고 자살 등은 어려서부터 화학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식품을 부자연스럽게 먹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녀들에게 자연식 밥상을 차려주면 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옛 농법을 복원하려면 작은 소모임들이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즉, 공동생산자 개념으로 유기농협동조합에서 구매한 식품으로 밥을 짓습니다. 재료가 좋은 것은 양념을 적게 합니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요리책에 나온 모범 레시피를 믿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음식은 저마다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공한 레시피는 음식 고유의 빛과 향, 맛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되는 게 맞습니다.”
 

건강해지기 위한 10계명

건강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특별히 건강해지는 법 10가지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첫째, 시간에 쫓기지 말자

둘째,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자

셋째, 아주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넷째, 해질 때 자고 해뜰 때 일어난다.

다섯째, 불안증과 염려를 떨쳐 버린다

여섯째, 슬로우 푸드를 먹어야 한다. 즉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먹어야 힐링이 된다.

일곱째, 외식하지 말고 가정의 엥겔지수가 올라가야 한다.

여덟째, 삶과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되면 무척 편해진다.

아홉째,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

열 번째, 자신을 소중하게 돌보면서 살아야 한다. 


최고의 자연밥상을 맛보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밥 익는 냄새가 안에서 흘러나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안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왔다. 다행히 밥은 타지 않았나 보다.

“더 물어볼 게 없으면 이제 그만 식사하세요. 차린 것은 없지만 여기 먼 곳까지 왔는데 동영상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으로 차린 것이니 맛있게 드세요.”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이 싫다며 한사코 동영상을 거절했던 그녀가 밥상을 차려주자 놀랍고 고마웠다. 사실 아침 일찍 출발한 탓에 식사를 못해서 배가 무척 고팠다.

안으로 들어가자 회의 탁자 겸 식탁에 자연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오곡밥, 콩가루 무친 쑥, 산나물, 질박한 그릇에 담아 내 온 묵은 김치, 여러 가지 채소와 두부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찌개까지 거기에 텃밭에서 따 온 싱싱한 상추와 머위가 식욕을 부추겼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오방색이 다 들어간 고대미의 맛은 특별했다. 입 안 가득 단맛, 거친맛, 신맛, 짠맛, 고소한 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모두 느껴졌다. 담백한 자연식이었다.

마스터들과 평생 같이 공부할 계획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2010년에 설립한 살림음식연구원에서 나와 함께 음식을 공부하는 마스터들이 34명 있습니다. 이들과는 평생 같이 공부할 계획입니다. 이분들 중심으로 작년 12월에 사단법인 ‘평화가 깃든 밥상’을 만들었어요. 청소년 급식지도, 도농협력네트워크 구성, 지구환경 음식으로 돌보기, 생태적인 삶을 위한 워크숍 등 좀 더 사회적이고 공적인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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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희 이사장..."생명을 살리는 음식은 자연이 준 밥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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