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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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바위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울릉도는 섬 자체가 비경(秘境)이다. '동해에 박힌 보석'이라 할 만큼 빼어난 섬이다. 이런 울릉도의 속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느릿 느릿 뒷짐 지고 걷는 것이 최고의 여행법이다.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는 멀리 도심에 두고 온 내륙의 시간과 먼지 낀 기억을 잊고 한동안 시간의 미아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울릉도에 온 이상, 울릉도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울릉도라는 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곳에 오면 힐링이 절로 될 것 같다. 그래서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이 어색해진다. 섬과 어울리지 않는 탓이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울릉도에 도착해서는 핸드폰을 꺼버리면 좋다. 아예 전원을 끈채 가방 속에 넣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만약 핸드폰이 어렵다면 손목에 찬 시계라도 풀어버리자. 이곳에서는 도시에서 숨가쁘게 달려야되는 시간이 필요치 않기때문이다.  며칠만이라도 그렇게 울릉도와 사랑에 빠져보자. 새로운 삶의 시간이 펼쳐질지 모른다.

울릉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성인봉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울릉도와 성인봉은 왠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가까워보인다. 울릉도를 하늘에서 보면 마치 여우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고 한다. 그 여우 얼굴 중심에 코처럼 불룩 솟아오른 것이 성인봉이다.
 
섬치고는 꽤나 높은 해발 약 984m의 봉우리. 오랜 세월 빈 섬으로 남아 있었던 탓에 성인봉 주변은 밀림과도 같은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 코끼리바위

성인봉을 둘러 본 후 추천하고 싶은 곳은 도동과 저동이다. 도동항을 중심으로 좌우 해안에는 해안산책로가 들어서 있는데, 도동에서 행남을 거쳐 저동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의 신비한 물빛과 해안의 절경이 어우러진 기막힌 코스이다.

도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독도전망대와 망향봉도 도동 해안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독도전망대에서는 맑은 날에 독도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행운은 3대에 걸쳐 공덕을 쌓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맑은 날을 만나기가 힘들다. 정착민의 한이 서린 망향봉에 오르면 도동항의 풍경과 해안의 절경이 그야말로 장쾌하게 펼쳐진다.
 

저동으로 넘어가면 일출 명소로도 알려진 촛대바위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이자 유인도인 죽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좀 더 멋진 일출과 조망을 원한다면 내수전 일출전망대가 제격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멋진 일출뿐만 아니라 죽도와 관음도, 섬목, 저동항과 행남등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추석 이후부터 볼 수 있는 어화(漁火)를 보기 위해 한밤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곳 전망대 입구에서부터 북면 석포까지는 일명 ‘울릉도 둘레길’이라 불리는 편도 2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가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저동에서 2km 떨어진 봉래폭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울릉읍 주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한 봉래폭포는 원시림 사이로 펼쳐진 3단 폭포로, 근처에만 가도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근처에 삼나무 숲을 이용한 삼림욕장과 자연 에어컨이라 불리는 풍혈도 있다.
 

보다 한적한 울릉도의 시간을 원한다면 도동과 저동을 떠나 서면과 북면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남양리 해안에 이르면 낚시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들이 홀린 듯이 내려 사진을 찍는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울릉도의 해안도로는 여기서부터 고갯길과 바닷길을 수시로 넘나들며 현포령까지 이어진다.

▲ 태하리산책로

가는 길에 태하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만나는 태하등대 전망대의 조망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일명 ‘대풍감 해안절벽’이라 불리는 이곳의 풍경은 울릉도에서 단연 최고이며, 사진가들도 입을 모아 국내 최고의 비경 중 하나로 꼽는 곳(한국 10대 비경)이다.

이곳에서 북면 쪽을 내려다보면 현포항과 추산 일대의 절경이 펼쳐지고, 대풍령 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한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울릉도 바다의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한데, 옥빛과 쪽빛과 남청색이 기묘하게 어울린 빛깔이다.
 

태하리에서 구불구불 현포령을 넘어가면 드넓게 시야가 트이면서 현포항과 북면 일대의 해안 절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면 해안은 비경의 연속이다. 우산국 시절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현포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신기하게 생긴 공암(일명 코끼리 바위)이 조금씩 코끼리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천부에서 섬목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딴방우(딴바위), 삼선암, 관음도(깍새섬)가 차례로 절경을 드러낸다.

▲ 촛대암

울릉도 3대 비경 중 제1경으로도 꼽히는 삼선암은 멀리서 보면 2개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3개로 되어 있다. 여기서 관음도는 지척이다. 깍새(슴새)가 많아서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는 죽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옛날 해적들의 소굴이었다는 관음쌍굴이 자리해 있다. 

사실 울릉도에서 풍광으로는 태하등대 전망대가 으뜸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나리분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울릉도 옛 삶의 원형을 간직한 나리는 성인봉과 주변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움푹 주저앉은 분지에 자리해 있다.

울릉도에는 우산국 시절부터 사람이 살았지만, 오랜 동안 빈 섬으로 남아 있다가 조선시대 말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개척민이 들어와 살았다.

나리는 바로 그 개척민 1세대가 자리를 잡고 살던 마을이다. 때문에 나리에서는 아직도 개척시대 삶의 흔적인 투막집(본체는 귀틀로 되어 있고, 지붕은 억새를 올렸으며, 본체 주위에 억새나 옥수숫대를 엮어 만든 ‘우데기’를 둘러친 집)과 너와집이 남아 있다.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로 이어진 아늑한 숲길 또한 길의 탄력과 질감이 살아 있는 비밀 코스로 통한다.

도동.jpg▲ 울릉도 도동항
 

Tip. 1일 울릉도 완전정복 코스

지역 : 경상북도 울릉군 총 거리 : 44km(해안 산책로 2.9km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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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 하루 동안 울릉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 다만 섬 일주도로가 완벽히 이어져 있지 않아 왕복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만약 섬 전체 일주를 하려면 끊긴 구간은 도보나 트레킹을 이용해야 한다. 차량을 이용한 투어는 보통 5시간 안팎 소요된다. 도동항에서 시작되는 행남 해안산책로를 함께 엮어 하루 코스로 짜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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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도에 살어리랏다...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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