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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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역사가 있을까?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는 어느 것 하나 과거가 숨어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혹자는 여행은 집을 떠나 돌아다니는 것인데, 원시시대 때부터 있던 것에 무슨 특별한 역사가 있냐고 묻기도 하십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여행이라는 것이 근대의 발달과 함께 대중화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면 분명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달은 여행의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shutterstock_782933554.jpg▲ 세느강변 풍경 (프랑스)
 

유럽의 근세가 들어설 무렵인 18세기 중반, 귀족과 신흥 부르조아 계급, 즉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뼈대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교양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기 전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영국과 북유럽의 왕족 자식들은 자신들 문화의 뿌리를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찾고자 여행을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삼았습니다.

이들은 부유층이긴 했지만, 오늘날과 같은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은 당연히 꿈도 꿀 수 없었고, 철도도 아직 탄생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마차를 고용하여 여정을 떠났습니다. 숙박 시설도 고급의 호텔들은 발전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여인숙과 같은 나그네 숙소를 이용하였습니다. 당연히 불편이 따라 왔고, 때론 건강과 안전이 위험스럽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과정을 인생의 징검다리를 넘는 중요한 경험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여행을 '그랜드투어(grand tour)'라고 불렀습니다.

근대 여행의 아버지라 불릴만한 토마스 쿡은 19세기 중반, 철도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패키지여행을 조직하게 됩니다. 그랜드투어가 비로소 근대 문명의 이기 위에서 올라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패키지투어를 통해 수요의 예측이 가능해지자 여행에 필요한 여러가지 서비스들이 표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과 식사, 숙박업소, 교통 시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또한 여행 시장을 상류층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넓히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다시 한번 여행의 형태를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바로 전쟁을 위해 쓰였던 비행기가 일반인들의 여행 목적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여행은 유럽이란 지역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유럽 문명권 밖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다니기 시작합니다. 또 한 가지, 이런 여행을 하는 주류로 대학생 층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귀족의 자제들에서 젊은 지식인들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선택한 것입니다. 60년대 독일의 국민차 무당벌레(폭스바겐)를 끌고 유럽을 방랑한 모습은 이 즈음에 많이 나타났습니다.

73년 젊은 영국인 토니휠러와 그 여자친구 모린은 런던을 출발하여 육로를 따라 유럽, 아시아, 호주까지를 여행하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여행기를 묶어 싱가포르의 한 인쇄공장에서 작은 책자로 엮어내게 되는데, 옐로우 바이블(Yellow Bible)이라 불리는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의 시초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 중앙대 복학생이었던 박경우씨가 고모의 초청장으로 여권을 받은 후 일본과 동남아를 배낭여행하고 쓴 '배낭족'이란 책이 출간되면서, 그랜드투어의 유산을 한국에 뿌린 시초가 되었습니다. 물론 50년대 김찬삼선생의 세계일주 여행기가 있었지만, 한국 배낭족의 뿌리가 박경우씨라는데는 많은 여행가들의 이견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21세기, 이제는 여행이 첨단 디지틀기기와 무장되었고, 또 환경, 빈곤의 문제와 결합되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여행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왜냐하면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인데, 이 두 장치는 더욱 익숙하게 연결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방인의 발이 많을수록 그 지역의 문화와 생태는 공격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책임여행(responsible tourism)과 그린투어가 새로운 여행 문화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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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역사 , 그랜드 투어에서 책임여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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