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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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호주 원주민(에버리진)들의 성지 '울루루'에 갔다.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한 울루루 투어 버스는  5시간을 달려 울루루-카타츄타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지구의 배꼽 울루루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나오는 바로 그  붉은 바위이다. 
 
3394.jpg▲ 호주 울룰루의 일몰 모습 (사진=최치선 기자)
 
울루루의 높이는 348m, 둘레9.4km로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바위다. 그나마 2/3는 땅속에 묻혀 있다고 하니 규모를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이곳의 주인인 에버리진 아낭구 부족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울루루를 '세상의 중심'으로 조상이 모이는 성스러운 곳 즉 '이와라'라고 믿었다.

그러나 18세기 호주를 정복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이 호주의 주인 행세를 하며 에버리진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도시를 세웠다. 정복자들은 기원전부터 불리던 이름들을 없애고  대신 자신들의 이름이나 고향의 지명을 본 따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울루루도 그 운명을 피해 가지 못했다.원주민들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던 성스럽고 신비로운 바위가  결국 호주 초대 수상(Henry Ayers)의 이름이 붙어  전승 기념탑 같은 '에어스 락'으로 전락한 것이다.하지만 세계의 여행자들은 한결같이 호주를 여행하면서 울룰루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호주인들도 울루루가  덩치가 큰 붉은 바위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관광안내소마다 '울루루 투어'를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엘리스 스프링스에서 투어버스를 함께 타고 온 일행은 운전기사 겸 가이드를 포함해 모두 8명이다. 동거하는 미국 고등학생 커플, 아일랜드 청년, 프랑스에서 온 '마르탱 씨' 부부와 딸, 그리고 나.울루루 투어의 정점은 한 낮의 더위가 사막 한 끝으로 밀려 가고 대신 노을이 울루루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할 때부터다.  

도착 후 짐을 풀자 마자 가이드를 따라 일행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 곳은 노을이 질 때 울루루를 가장 감상하기 좋은 위치였다.  '뷰 포인트'라고 할 만 했다. 멀리서 보는 울루루의 일몰 풍경은 환상이었다. 조용히 숨을 죽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의 색과 사막의 풍경을 지켜보았다. 순간 머리를 내려치는 충격이 왔다. 빨갛게 타오르는 울루루의 모습이 마치 화산 분출을 시작한 활화산 같았다. 그러다 점점 붉은 빛깔이 테두리만 남기면서 사라지자 어린왕자에 나오는 모자그림(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 생각났다. 
 
8896.jpg▲ 일몰시간에 빨갛게 타고 있는 울루루를 배경으로 힘껏 제자리 뛰기로 만든 실루엣
 
사진은 동심으로 돌아가 빨갛게 타고 있는 울루루를 배경으로 높이 뛰어 오른 모습을 자동에 놓고 찍은 실루엣이다.  여행자들마다 울루루를 추억하기 위해 멋진 포즈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기념 촬영이 끝나고 준비해 온 와인을 건배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그 모습을 지켜 보는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하다.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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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호주...세상의 배꼽 '울룰루'에서 만든 일몰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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