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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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박선아 기자] 아일랜드로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왠지 묘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마중 나와준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공항에서 점심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가는 날까지 사랑받는 구나.' 하며 행복해 했는데 눈물의 포옹과 안녕을 고하고 게이트로 들어서는 순간, '아 이제 혼자구나.' 하는 느낌이 알알하게 느껴졌다. 
8036.jpg▲ 자, 이제 떠나는거야!
 
한 번도 혼자 공항에 들어서 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그렇게 즐거운 면세점도 낯설게만 느껴졌고 앞으로 혼자서 해나가야 할 많은 일들에 먹먹함이 다가왔다. 비행기에 탑승 한 후, 친구들이 마중나와 준 선물들과 편지들을 조심스레 뜯어 보았다. 조금씩 읽어 내려가는 동안 비행기는 땅을 벗어나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그 떨리는 순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야 말았다. 
6417.jpg▲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기다리기
 
옆에 앉은 엄마아빠 나이뻘의 부부는 무거운 짐을 한가득 들고 타더니 비행기가 뜨자마자 눈물을 훔치는 내게 껌을 내밀며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에 대해 물으셨다. 내 얘기에 그 분들 역시 자식에 대한 걱정과 소망같은 것들을 늘어놓으셨고 암스테르담까지의 긴 여정에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분명 철저하게 혼자 되었다고 느꼈지만 '지구에서 아주 혼자인 존재는 없나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겁먹지 말고 너무 이 악물고 도전하듯 살지도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사이 비행기는 환승 장소인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9179.jpg▲ 비행기들을 보며 해맑게 좋아하고 있던 작은 아이
 
아일랜드는 아쉽게도 직항이 없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이나 파리를 경유해야만 한다. 내가 선택한 경유지는 암스테르담. 그 간단한 경유조차도 처음이라 몇번을 외국인들에게 서툰 영어로 물어가며 확인하고 불안해했는지 모른다. 커다랗던 비행기에서 아일랜드의 작은 저가항공기로 옮겨타고 나서야 한 시름이 놓였다. 경유를 하는 과정에서도 프랑스의 예쁜 커플, 작은 꼬마 그리고 나처럼 유학길에 오른 한국인까지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4824.jpg▲ 아일랜드는 직항이 없어 경유를 해야만 한다
 
굳이 여행의 기록이 아닌 출발의 기록을 먼저 적어보는 이유는 아마도 이때의 그 낯설고 두려운 느낌과 동시에 다가오는 설렘이 그 긴 여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후의 일들도 여러 사건과 사고가 뒤를 잇지만, 그래도 역시 처음 혼자가 되어 비행기를 타고 하루를 보내는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1433.jpg▲ 비가 많이 오는 아일랜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레인부츠이기에 신고 탔더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0393.jpg▲ 유럽 저가항공사의 비행기들은 상당히 작고, 비행기 안에서의 모든 서비스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나는 처음부터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무언가를 해내겠다고 마음먹진 않았다. 일을하고 공부를 할 계획으로 가는 워킹홀리데이였고 우리 집이 살림살이가 넉넉해서 놀고 먹을 처사도 아니었지만, 마음 만이라도 여유롭고 즐겁게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대학생으로써의 삶이라던가, 그동안 지나온 치열하고 열정적이어야만 했던 삶들을 돌아봤을 때, 주어진 기회 그리고 정해진 시간 속에서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았다. 유럽 아닌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와 느긋함을 나 역시 느끼고 싶었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겠지만 경쟁자가 옆에 있듯 눈에 불을 켜고 이를 악물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아주 베짱이 같은 삶도 아니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아일랜드에 도착하고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이어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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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pacusona's you love:europe...아일랜드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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