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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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떠있는 고요한 풍경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물론 케언즈는 다른 도시에 비해 따뜻하지만 새벽공기는 차가웠다. 거기다가 어제까지만해도 맑던 하늘에 구름이 끼여서 바람마져 거셌다.

숙소 앞으로 오기로 한 벤을 기다리고 있었다. 케언즈의 여행사에 가면 다양한 다이빙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자신의 나이와 일정대 걸맞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들을 위해 활동량은 적고 좀 더 럭셔리한 투어도 있고, 조금 열악하지만 긴시간 즐길 수 있는 투어도 있다.

나는 가격과 나이를 고려하여서 비교적 젊은 친구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이빙 투어회사에 예약했다. 벤을 타자 안에는 독일,프랑스,중국 등 에서 온 젊은 여행객들이 가득했다. 벤은 지체없이 바로 요트선착장을 향했다. 차 안에 해가 뜨고 선착장 가득 있는 요트사이로 햇빛이 비취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겨울이라 다이빙을 하기에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기도헸지만 아무렴어떤가. 물 속구경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 이 다이빙 첫경험은 큰 설레임과 작은 두려움으로 꽉차있었다.

생각보다 꽤 큰 보트가 사람들을 다 채우고 출발했다. 오늘은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거세서 배가 많이흔들거렸다.

설레이는 다이빙에 대한 생각도 잠시, 거세게 흔들리는 요트에 점점 안색이 안좋아지는 승객들이 늘어났다. 나름 작은배 큰배를 다 잘타서 배멀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안색안좋은 사람들과 하나 둘 눈을 맞출때마다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는것을 느꼈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음식을 한켠에 있는 동그란 그릇에는 흰색 알약이 가득 담겨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약의 개수가 눈에띄게 줄었다. 꾹 참고있던 나도 더욱 악화될 것을 염려해 멀미약을 하나먹었다.


▲ 선착장에 도착

제법 바다 먼 곳까지 와 가자, 전문 다이버들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작했다. 나는 다이비 입문코스로 투어에참가했다. 우리보트에는 라이센스 다이버들도 꽤 됐는데, 호주여행 다음에 가는 사이판에서 다이비 라이센스를 따고 저런 무리에 속해있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설렜다.

입문 다이빙 교육을 위해 안전수칙과 호흡방법을 배웠다. 아주 기초적이고 쉽긴 하지만 물속에 막상 들어가면 무서움을 느낄수 있기때문에 미리미리 연습을하는 것이 중요했다.

▲ 투어회사의 요트도 많지만 사적소유의 거대한 요트들도 즐비해있다.


드디어 바다에 그레이트베리어리프의 중간즈음에 도착했고 바다에는 "우리는 다이빙해요" 라는 팻말을 띄웠다. 나는 겉옷을 벗고 안내에 따라 다이빙수트를 입고 장비를 챙겼다. 숙련된 다이버들은 이미 입수를 시작했고, 그저 스노쿨링만 하기위해 온 친구들도 물속 구경을 하느라 바빠보였다.

세계 8대 비경 중 하나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2300km에 달한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자연 구조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가장 큰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곳은 약 1만5000년 전 산호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생긴 지역으로 3000여개의 리프와 산호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 천종의 물고기와 돌고래, 거북이, 듀공 등 무수한 바다생물들이 서식한다.

또한 해안선을 따라 6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줄지어 있다. 그 가운데 숙박 시설을 갖춘 리조트로 개발된 섬은 2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연 보호차원에서 무인도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백배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다이빙 이지만 그 밖에도 스노클링이나 글라스 바텀 보트(Glass Bottom Boat), 반잠수정 투어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준다. 또한 헬리콥터나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산호와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에메랄드빛 풍경은 기가막힌 사진을 연출하기에 적합하다.

나와함께 다이빙을 하는 전문다이버는 일본사람이었다. 살짝 겁에 질려있는 나를보더니, 자신이 나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니 세계최고의 바닷속을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

나는 꽤 오랜기간 동안 수영을 배워 각종수영도 잘하고, 부산출신이라 바다가 지겹도록 익숙하다. 근데 이 깊은 바다에 들어가서 몇십분을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무지함에서 오는 두려움이 점점 증가했다

보트에 달린 밧줄을 잡고 천천히 30m의 바닷속으로 입수를 시작했다. 조금씩 내려갈수록 귀의 압력과 코와 눈으로 들어오는 소량의 물 때문에 두렵기도 했지만 눈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바닷속에 이질적인 풍경이 눈에 펼쳐지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익히 명성을 들었지만 그레이트베리어리프의 바닷속은 그 어느곳과도 비교가 불가능한 다양한 산호와 고기들을 볼 수있다. 다이비 포인트에 따라 아기상어와 바다거북이를 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 선착장 모습. 하늘이 흐리다.

나는 처음보는 놀라운 세상에 두려움도 잊어버렸다! 그러고는 색색의 산호를 구경하는데에 정신이팔려서 지도자의 지시마저 놓치기도했다. 처음 그 깊은 바다속 풍경을 보자 이런 광경을 이때껏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삼십분은 너무나 찰나같이 느껴졌고, 입문다이빙을 마친 나에게는 entry diving lisence 가 발급되었다.

해가 질때동안 계속되는 스노쿨링과 다이빙을 맘껏즐기면서, 바닷속에 매료되었다.
다시는 이곳에 못 올수도 있단 생각에 오들오들 떨리는 몸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바닷속 깊숙히 입수했다.

그러자 스텝들이 호루라기를 불기시작했다. 오늘의 일정이 모두끝난
것이다. 어찌나 아쉽던지..

돌아가는 해안에는 파도도 잠잔했다. 허기진 배를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채우고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고 육지로 돌아가고있었다.

다이빙, 정말 매력적인 스포츠이구나 하는 감격스러움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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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그레이트베리어리프에서의 생애 첫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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