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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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스프링스의 따뜻한 기온에 익숙해져 몸이 나른해져 갈 때 즈음, 투어에 대한 욕망이 새록새록 솓았다.

새벽 같이 일어나, 앨리스 스프링스 전역에 (작은 도시라 전역이라는 말도 무색하지만) 퍼져있는 투어회사를

직접 방문해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을 때도 구글링을 통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막상 예약을 하지 못해서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헤맸다. 10일 투어부터 당일 투어까지 다양한 기간과 천차만별의 일정들이 있었다.

꽤나 럭셔리하고 편해보이는 투어도 있었고, 이건 자칫하다가 돈 내고 생고생만 할 것 같은 일정도 눈에 띄었다.

▲ 투어 중 마주친 새

결국 내가 선택한 투어는 ‘더락투어’였다. 이건 가장 저렴한 아웃백 투어 중 하나로 2박 3일의 일정이고,

부쉬워킹이나 캠핑같은 요소들 때문에 주로 젊고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투어이다.

사실 일정이나 사진을 보고 열악하다는 생각도 들고 고생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이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직 스물 두해밖에 살지않은 혈기왕성한 젊은 여행자임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 투어 일정에 포함된 부쉬워킹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인도에서의 그 힘든 밤들과 여정들은 그 어떤 여행의 기억보다 생생하다.

훗날을 생각하면 이건 꽤나 괜찮은 선택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억양이 강한 더락투어 회사의 직원 여자에게

“투어를 위해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가요” 라고 묻자,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음, 정말 중요한게 있는데, 바로 물 이에요” 물이라니, 나는 어깨에 순간적으로 들어간 힘을 빼고,

“아니 그런거 말고 중요한거요 ! ” 라고 했더니 “그게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것”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훗날 그녀의 이 말은 백번천번 옳은 말이 되었다. 다행이 코웃음을 치면서도 마트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사놓길 잘했다.

투어 전날 괜히 잠이 오질 않았다. 사실 합숙이나 캠핑같은 건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영어는 나의 모국어도 아니고, 낯까지 가리니, 오만 걱정이 내 침대위를 떠다녔다.

한국사람이 있으면 좋을까 싫을까부터, 나와 나이대가 비슷할까? 뭐 이런저런 것들이 걱정되었다.

▲ 투어버스

새벽에 가득 챙겨놓은 큰 배낭을 메고, 아침식사로 토스트를 구워서 먹었다.

오렌지를 까먹으면서 투어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나와 같은 숙소에서 같이 아침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독일여자였다.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다보니, 이때까지의 호주 여행일정도 나랑 상당히 비슷했다.

내 또래같이 어려보이는 그녀가 혼자 여행하는 모습을 보자 반갑기도하고, 또 내모습을 어떻게 비춰질까가 궁금하기도 했다.

예정보다 10분이나 늦게 도착한 투어 버스를 탔다.

살짝 훑어봐도 동양인이라곤 없고 가지각색의 국적과 나이가 분포해있는듯 했다.

아직 해가 뜨지않은 앨리스 스프링스를 떠나 드디어 호주의 최중심으로 향하는 투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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