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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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팔'을 찾아 온 사람들

▲ 한적한 애들레이드 골목


내가 자라온 도시는 부산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 비하면 부산은 한적한 느낌이 나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부산 역시나 크고 사람이 많은 도시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오고나서 아직까지 줄곧 더 큰 도시에서의 생활이 궁금했다.

말하자면 큰 도시, 큰 사람들의 생이 항상 열망의 대상이다. 가령 뉴욕이나 파리, 런던. 세상의 가장 중심에 있는

거대 도시 속에서 좀처럼 압축되지 않은 거대한 삶과, 복잡한 커뮤니티를 형성한 ‘큰’사람들의 세계 말이다.


▲ 애들레이드 광장 주변


애들레이드는 아주 작은 도시이고, 그 작은 도시에는 작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말은 오독되지 말아야한다.

나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수식된 ‘크다’ '작다‘의 의미는 그저 형용사일 뿐 그 안에는 수치적인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이 글은 ’작은‘ 모든 것에 대한 찬양에 가까울 예정이니, 섣불리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처럼 작은 도시 애들레이드를 들린 이유는, 실은 애들레이드가 호주의 중심부 앨리스 스프링스로 가는
 
징검다리같은 도시이기 때문이었다. 앨리스 스프링스를 포함한 울룰루 투어가 시작되는 곳이며, 정갈하고 조용해서

도시를 둘러보는데에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맬버른에서 애들레이드까지는 20시간 가까이 걸렸다. 20시간의 여정동안 쿠퍼페디라는 도시에 스탑오버했다.

이 도시에 몸담고 있었던 시간은 고작 1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그리고 고작 했던 거라곤 따뜻한 라테를 마시는 것이었지만)

쿠퍼페디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좋은 영화가 있기 때문이다.

▲ 애들레이드에서 가장 큰 극장, 다이아몬드 모양의 조형물이 아름답다.

“오펄드림”이라는 영화는 호주 쿠퍼페디를 배경으로 한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많이 마주하는 단어중 하나가

바로 “OPAL”이다. 호주의 광석인데, 그 황금기 때, 이렇게 오펄보석이 많이나는 쿠퍼페디 지역은

일확천금 황금사냥꾼들의 꿈의 광산이기도 했다.

영화는 오펄을 찾아 가족들을 부양하기를 꿈꾸는 아버지의 욕망과, 보이지 않는 상상속의 친구를 찾아 헤매는

자폐아 딸의 심리를 병치시킨다. 어쩌면 오펄은 자신이 행복하기위해, 혹은 희망을 가지기위해 만들어낸

환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애들레이드의 사람들은 호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여유가 넘치고 행복도가 높아보였다.

이 작고 깨끗한 도시를 조용히 산책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꼬박꼬박 살아가는 듯 보였다.

▲ 알록달록 그래피티


애들레이드는 호주의 대도시에서의 삶에 지쳐 이사온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호텔에서 만난 25살의 시드니 출신 여자는

다니던 회사일을 그만두고 기타하나를 가지고 이 곳으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기타를 가르치며 애들레이드에서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바쁜 시드니에서 항상 조용하고 한적한

하루들을 꿈꾸고는 이 곳으로 왔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오펄’ 혹은 ‘상상속의친구’를 실제로 찾은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일까? 어느쪽이는 그여자는 이미 자신의 하루에 만족스러워 하는듯 보였다.

▲ 바닥의 낙서

아침, 점심, 저녁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고 몸이 노곤해 질 때쯤 잠들고, 다시 일어나는 삶은 말처럼 쉽지 않다.

어쩌면 이와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이런 간단한 하루일과들

보다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살아간다. 큰 사람들로 큰 도시들이 가득 메워져 숨쉴 틈이 없다. 그에 비하면 애들레이드는

공기를 가득 메우는 욕망들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빈공간이 생기니 그 사이로 바람도 불고, 노래도 들린다.

속이 트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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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④강혜진의 작은 도시, 작은 사람들 '애들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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