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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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홀리데이 인에서 체크인을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탔다. 5층 버튼을 눌렀는데 이 엘리베이터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확인을 해 보니 카드인식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객실카드를 대자 엘리베이터가 덜컹 하면서 움직인다. 

방에 들어와서 샤워부터 한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10시간이 넘는 장거리비행에 피곤했던 모양이다. 배고픔과 한기에 눈을 떴는데 시계를 보니 6시30분.  4시간 이상 곯아 떨어진 것이다.
 

   
센트럴 역으로 가는 택시 내부 모습.


   
시드니에서 볼 수 있는 오즈 파티 버스.

눈을 뜨자마자 7시에 센트럴 역에서 수상자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생각났다.
서둘러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공기가 제법 차갑다.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정도는 되는 것 같다. 거리의 풍경도 겨울에 가깝다. 목도리에 털모자를 쓴 여자가 내 옆을 종종 걸음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저녁이 되니 처음 나선 시드니의 도로가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챙겨두었던 시티맵도 방에 두고 왔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확인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다시 돌아갈까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오전에 셔틀버스를 타고 올 때 잠깐 보았던 센트럴역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는 키가 큰 남자에게 센트럴 역에 가는 방법을 물어 보았다.
그는 시계를 보더니 빨리 가는 것과 느리게 가는 것이 있는데 어떤 것을 원하냐고 묻는다.
걸어서 가고 싶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나를 빤히 보며 ‘정말’이냐고 확인한다. ‘그래, 빨리 알려줘’ 라고 말하자 그는 오케이를 연발하면서 나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주며 허공에 대고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조지스트리트 좌회전, 퀸즈스트리트 우회전 에바 스트리트 직진 등 처음 듣는 거리이름을 쉴 새 없이 나열하더니 피니시 센트럴로 마쳤다.
 
그가 신호등을 건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내 눈은 초점을 잃은 채 멍한 상태로 있었다. 벌떼들이 내 귀에서 윙윙 소리를 내다 사라진 것 같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더듬어 센트럴 역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한 참을 걸어도 센트럴 역은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 개통한 스마트 폰이 로밍 되지 않았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알았다.  적어도 30분은 넘게 걸었다. 센트럴 역에서 기다릴 수상자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았다. 다행히 모퉁이에 공중전화 부스가 보인다.
 
수화기를 들고 호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찾았다. 마침 1달러짜리 동전이 손에 잡힌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전을 넣어보았다. 신호가 가는 것도 잠시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뚜뚜뚜...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한숨과 함께 힘없이 부스를 빠져나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을 텐데 연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택시는 절대 타지말자는 각오를 시드니 도착 첫날부터 깨고 말았다.
택시를 타자마자 “플리이즈 센트럴 스테이션”을 외치고 운전석 옆에 붙은 시계를 보았다.
7시 30분.
 
‘낭패다. 저녁 사주려고 약속을 한 것인데 시간이 너무 지났다. 날씨도 추운데 설마 지금까지 기다리지는 않겠지.’
물론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기다리고 있다면 수상자가 먹고 싶은 것을 다 사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왜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차는 출발했다.
얼마 후 센트럴 역에 도착한 택시는 나에게서 26달러를 가져갔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 사라지는 택시를 한동안 노려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센트럴 역의 외관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로등 불빛아래 스치듯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도 비슷했다. 시드니에서 가장 큰 역답게 사람들의 왕래도 많고 코치터미널이 붙어 있어 호주 전역으로 향하는 장거리버스들이 들고 나간다. 이틀 후 멜번 행 그레이하운드도 여기서 출발할 것이다. 코치터미널 아래쪽에 횡단보도를 지나면 센트럴YHA가 보인다. 고풍스러운 건물이라 눈에 쉽게 띈다.
 
혹시나 했지만 수상자는 예상 했던 대로 보이지 않았다. 전화카드를 사서 전화를 걸었다. (아래는 카드전화 거는 순서다)
1. 50센트짜리를 넣고 카드에 있는 지역번호를 누른다.
2. 그다음 언어를 선택(한국어는 4번)하고 핀번호를 입력한다.(카드의 은색부분을 긁어내면 핀 번호가 나온다.)
3. 호주 국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통화하려면 지역번호 상대방전화번호 #버튼
국제전화인 경우(핸드폰 포함) 0011 국가번호 지역번호 상대방전화번호 #버튼
 
   
수상자의 숙소가 있는 X-Base의 모습.




























수상자는 숙소에 있었다. 기다리다 돌아왔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혜진 학생이 묵고 있는 숙소는 X-Base 백팩커스다. 시간이 없어서 택시를 탔다. 요금이 너무 비싸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약속을 또 어길 수는 없었다. 
다행히 센트럴 역에서 X-Base까지는 가까웠다. 10달러를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X-Base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 옆에 문이 있었고 그 안에는 당구대와 오락기계, 컴퓨터 등이 보였다. 각 국에서 온 젊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과 포켓볼 게임을 하며 웃는 모습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수상자는 어디 있을까?’ 찾아보았다.
 
혜진 학생을 찾는데 걸린 시간은 단 2초. 정면에 보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도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면서 일어섰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대라 퇴근차량들과 젊은이들로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조지 스트리트 표지판을 따라 걷다가 ‘우동’, ‘돈까스’라 적힌 한글간판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들어갔다.
 
   
캘리포니아 롤과 생선초밥세트.

크지 않은 홀에는 비어있는 자리가 많았다. 배가 고파서 앉자마자 메뉴판부터 보고 주문을 했다. 캘리포니아롤과 생선초밥 세트를 시켰다.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양이 좀 적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식사를 하는데 앞 테이블에서 한국어가 들려 인사를 하자 반갑게 대꾸 한다. 알고 보니 사장이다. 5년 전에 시드니로 이민 와서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말한다.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와 수상자의 숙소까지 걸었다. 긴팔을 입었는데도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졌다.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말을 건네고 수상자와 헤어졌다. 

73805.png▲ 시드니 포트 야경
 
다시 혼자가 되어 시드니의 밤거리를 느리게 걸었다.  생각보다 화려한 시드니의 도심 풍경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몇 시간 전 YHA 리셉션에서 구한 시티맵을 펼쳐 킹스크로스까지의 거리와 위치 등을 훑어보았다.
 
중간에 꽤 많은 거리들을 지나면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의구심이 생겼으나 결과는 대만족 이었다. 1시간이 채 안 돼 달링허스트와 빅토리아 거리를 지나 킹스크로스까지 와서 마침내 숙소로 돌아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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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시내에서 약속장소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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