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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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화이트데이 오후 1시. 벌써 1주일이나 지나다니! 지난 팔라완에서의 1주일이 신기루처럼 가물가물하다.

나는 팔라완에서 마닐라에 도착했다. 메트로 마닐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전체가 수도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인구 약 1,155만 명의 어마어마한 대도시이다. 그리고 이 메트로시티에 속해있는 마닐라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항만으로 일컬어지는 마닐라 만에 임한 항구 도시로, 시가지는 파시그 강을 끼고 그 남북으로 펼쳐진다.

북쪽에 비옥한 중부 루손 평야를, 남쪽에 남부 루손의 화산성 저지를 끼고 있다. 이곳에는 교육 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삼팔록 지구와, 옛 총독 관저이자 현재의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냥 궁전(1863년 건립)이 있는 산미구엘 지구가 있다.

그 남쪽으로 이어지는 에르미타 지구·말라테 지구는 관청가·호텔 거리로, 리잘 공원과 해안을 낀 아름다운 로하스대로가 남쪽으로 달린다. 그 동쪽의 파코 지구·산타아나 지구는 중류층의 주택가이다. 마닐라 항은 파시그 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향과 남향으로 나뉘며, 내항선과 외항선이 접안한다.

마닐라로 도착한 날 내 기분은 저기압이었다. 마닐라 공항에서 나의 우산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작은 5단 우산이어서 따로 수하물로 붙이지 않고 내 손가방 안에 넣었는데, 뺏겼다. 우산살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내가 아끼는 아쿠아 도트 프린트 토스 우산을 내 눈 바로 앞에서 뺏기고 나니 넋이 빠져있었다. 그래도 어찌하랴. 이미 빼앗긴 것을…….

다이빙팀의 한국행 비행기 시간은 저녁 7시. 6시간이나 남았기에 공항 근처 대형몰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마닐라의 강남 마카티에 위치한 럭셔리 쇼핑몰 그린벨트였다. 5개 동으로 이루어진 대형 쇼핑몰인 그린벨트는 자라, 망고 등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부터 불가리, 마크 제이콥스,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샵들이 즐비해있다.

앞으로 기숙사에서 쓸 바디소프를 사기 위해 더 바디샵에 들렀다. 마침 1+1 행사를 하고 있었다. 망고향과 벌꿀향 두 가지를 고르고 계산하는데, 세상에 1000페소(3만원)나 나왔다. 1+1 행사가 아니었나? 1개 가격이 3만원이라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나중에 현지친구한테 물어보니 해외에서 수입한 것들은 관세가 붙어 모두 비싸다고 한다. 특별한 기반 사업이 없어 외국인 관광객이 필리핀을 먹여 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뽑아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나라에 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750페소를 공항에 내야하지 않던가. 더 바디샵 이후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택시를 탔다.

나에게 있어 외지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교통수단이 바로 택시다. 타지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교통편에 익숙지 않아 편리함에 이용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뒤집어씌우는 통에 돈 없는 어린 학생으로서는 여간 불쾌한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다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 택시 중 일부도 외국인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지만 내가 당하면 짜증나고 그날 여행기분을 망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필리핀 택시는 노랑, 하양, 빨강, 초록 이렇게 네 종류정도 있다. 기본요금은 30~40페소인데 회사명에 따라 다르다. 나와 필리핀 택시의 악연은 마닐라에서 내가 공부하게 될 어학원인 WCC ESL로 오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마닐라 공항에서 WCC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어학원의 설명을 듣고 나는 어학원 픽업서비스대신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픽업비가 3만원이었기에 이것도 많이 든다 생각하여 아낄 생각이었다. 공항 근처 그린벨트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처음 무척 친절한 운전기사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접해보았는지 한국말로 인사도하고 간단한 한국어 회화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택시운전기사가 WCC의 위치를 모르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길을 찾는다고 빙빙 도는 것은 물론이요, 일부러 다른 길로 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타는 내내 납치라도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했다.

여차여차해서 1시간 걸려 도착했는데, 오 마이 갓. 공항에서 이곳까지 2500(7만원)페소나 달라는 것이다. 이곳에 처음 와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 아저씨 미터기도 안 키고 그냥 온 것이었다. 필리핀 택시의 경우 외국인을 상대로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려고 한다.

미터기를 안키고 가격 흥정을 하려고 하거나 혹은 길을 일부러 빙빙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길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며 헤매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꼭 미터기를 키셔야 한다.

가격흥정보다 미터기가 훨씬 싸게 나오지 절대 더 저렴하지는 않다. 그리고 빙빙 돌아갈 것 같으면 그냥 그 택시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정말 끝도 없이 택시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차라리 내리시고 다른 것을 타는 것이 돈도 시간도 아끼는 길이다.

바가지 안 쓰는 더 가장 좋은 방법은 타기 전에 운전자에게 자신이 가는 목적지를 아냐고 물어보고 안다고 하는 경우에 타는 것이다. 그리고 500페소나 1000페소 등 큰돈을 내면 대개의 경우 거스름돈이 없다고 거짓말하면서 거슬러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돈은 적은 단위로 쪼개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처음 1주일은 택시에 의존했지만 점차 필리핀 교통수단에 익숙해진 나는 택시를 자제하게 되었다.

필리핀에서 필리핀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면 현지에 이제 거의 적응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까? 2주가 지나자 나는 필리핀 교통에 익숙해져서 마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팔라완에서 자주 애용했던 트라이시클을 오히려 이곳에서는 잘 안타게 된다. 8페소가 기본요금인데, 택시와 다르게 거리보다는 시간으로 값을 올려나간다. 택시보다 물론 저렴하지만 트라이시클은 택시와 달리 미터기가 없어 오히려 비싸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트라이시클은 내가 파키스탄이나 인도에서 보았던 교통수단인 릭샤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최대 5명까지 탈 수 있으며 운전자 대다수가 영어가 서툴러서 필리핀 숙소 주변 지리에 대해 어느 정도 훤해 지고 비교적 단거리일 때 이용하는 편이다.

필리핀은 수도인 메트로 마닐라에만 MRT, LRT1,2의 3개의 전철선이 있다. 특히 내가 머물고 있는 어학원 바로 옆에는 아노나스역이 있기 때문에 쉽게 마닐라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요금의 경우 국철인 MRT는 기본 10페소부터이지만 민영철인 LRT는 12페소의 기본요금을 받는다.

깔끔하고 안전하며 편리하지만 단점이라면, 역 안에 들어갈 때 긴 줄이 좀 짜증난다. 일일이 가드들이 입장객의 소지품 검사를 하기 때문에 항상 역 안에 들어갈 때는 긴 줄을 서야 한다. 인권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총기류 소지가 합법인 필리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다.

역 안으로 총기나 화기류를 들고 반입하는 것이 금지이기 때문에 가드들은 이를 검사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다. 필리핀의 전철에 대한 규정이 매우 엄격한 편이다. 담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전철 안에서 음식물 반입이 금지다. 모르고 반입하는 경우 벌금을 어마어마하게 물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필리핀에는 수많은 버스가 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탄다면, 한국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필요가 없다. 나는 몰 오브 아시아에서 쿠바오까지 오는 버스를 한번 타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필리핀 버스는 큰 도로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랜드마크에서 주로 다닌다.

버스 요금은 버스회사와 버스의 종류, 가는 거리에 따라 다르다. 버스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가 더듬이 버스라고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사이드미러가 달린 고급버스, 창문이 폐쇄형인 에어컨 버스, 창문 출입구 모두 연채 달리는 제일 저렴한 버스 등이 있다.

내가 처음에 탄 버스는 창문도 없고 심지어 출입문도 열린 채 달리는 가장 저렴한 버스였다. 창문과 출입구를 연채로 고속도로를 시속 100km이상으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나서 진짜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경험을 맛보았다. 목숨을 귀하게 여긴다면 고급버스를 타야할 것이다.

지프니는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특이한 교통수단이다. 지프니는 지프차처럼 생겼는데, 입출구가 뒤에 있다. 요금은 기본 8페소이고 이 역시 거리에 따라 차등으로 요금을 지불해야한다.

필리핀에서는 어디에서나 요란한 소리로 쿨렉션을 울리며 호객행위를 하는 지프니를 찾아볼 수 있다. 손님의 눈길을 끌기위해 다양한 그림과 데코레이션으로 꾸민 독특한 지프니가 많다. 일단 요금이 저렴하고 메트로 마닐라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나는 지프니를 자주 애용한다.

단 지프니의 단점이라면, 엔진이 안 좋아서인지, 가짜기름을 사용하는지 매연이 엄청 심해서 1년 치 매연을 5분 안에 다 마신다는 점이다. 게다가 외국인 혼자 탈 때 외국인이 타는 것을 보고 강도가 따라 타서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종종 있어 안전하지만은 않다.

내 경우에는 친구와 타고 있는데, 갑자기 같이 앉았던 두 명의 필리피노 일행 중 한 명이 내 친구 옆으로 앉았다. 그러고서는 재킷을 벗어 자신의 손과 친구의 가방을 가리고는 친구의 가방을 열려고 시도했었던 적이 있다.

다행히 가방 깊숙한 곳에 지갑을 넣어서 잃어버린 것은 없었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만약 총이나 칼등의 흉기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3~4명씩 무리지어 타거나 현지인 친구와 함께 동승하는 것이 안전하다. 택시로 여행할 만큼 호사스럽지 않은 나는 항상 내 친구 R과 함께 지프니를 이용하여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다.

10주 동안의 마닐라 탐험을 통해 내가 얻은 진리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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