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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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에는 유난히 물돌이 마을이 많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안동 하회마을이고 예천의 회룡포 또한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다. 그에 비하면 영주의 무섬마을은 비교적 유명세를 덜 탄 곳이라 볼 수 있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위치하고 있는 무섬마을은 '수도리 전통마을'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는 곳이지만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내성천이 휘돌아 나간 모양이 물위에 떠 있는 섬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무섬마을 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수도리 전통마을'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무섬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과 비슷한 집성촌 마을이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의 집성촌인 이곳에 지금껏 전통한옥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되어 있는 것이다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인 수도교

무섬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수도교라는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수도교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다. 모래 위로 흐르는 얕은 물은 속이 훤히 보일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해우당

내성천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니 약간 왼쪽으로 적당히 퇴색된 고풍스런 집이 보인다. 바로 '해우당'이라는 이름의 고택이다. 이 고택은 고종 16년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 김락풍(1825~1900)이 1875년에 건립한 가옥이다. 해우당 이라는 현판은 흥선 대원군의 친필이라 하고 이 집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이나 현재는 빈 집 이다.

 

   
꽃밭이 아름답게 가꿔진 무섬마을의 어느 집

무섬마을은 위의 해우당 처럼 빈 집도 있으나 대부분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 쪽 어느 집을 지나가다 마당에 심어져 있는 꽃밭이 너무 예뻐서 잠시 들어가 봤다. 낮은 담장과 정갈한 화단 사이를 지나 저 앞에 보이는 고택으로 향했다. 집 마당에 들어서 집 앞에 높여 있는 신기한 물건을 기웃기웃 들어다 보고 있으니 허리가 많이 굽으신 할아버지께서 말을 걸어오신다.

   
집 앞 마당에서 토종벌을 치고 계시는 할아버지댁

"양봉 하시는건가 봐요~" 벌꿀 통임을 알아채고 할아버지께 여쭤보았다. "이건 양봉이 아니고 토종벌이야~" 하시면서 벌을 치시게 된 내역을 말씀해 주신다. 90이 다 되가는 어르신의 말씀은 잘 알아듣기가 힘들었지만 귀를 기울여 말씀을 듣는다. 집 안을 대충 들여다보니 전형적인 ㅁ자 형 가옥임을 알아볼 수 있겠다. 할아버지께서 여러 말씀을 하셨으나 대충만 알아듣고 (^^;;) “사진을 잘 찍어서 여기를 많이 알려 드릴게요~“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만죽재

할아버지 댁 근처에 있는 ‘만죽재’라고 하는 이 무섬마을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옥을 방문했다.

이 마을의 입향조(入鄕祖)인 반남 박씨 박수가 처음으로 지은 집으로 이 마을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집이 지어진 연도는 1666년 이라 하니 근 350년이나 된 고택인 것이다.

   
마당에 고추가 널려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의 무섬마을

10월도 중순에 접어들었으나 한 낮의 날씨는 아직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듯 따갑기 그지없었다. 집 앞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며 호박이며 대추 등이 잘 말라가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다.

   
무송헌

적당히 퇴색한 모습의 이 집은 '무송헌'이란 이름의 고택으로 선성 김씨의 대종가라고 한다.

이 무섬마을 가옥의 또 하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집이 있다.

   
경북 북부의 전형적인 가옥형태인 까치구멍집

바로 '까치구멍 집'이란 것으로 태백산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 지역에 분포하는 산간벽촌의 주택 형태이다.

그럼 무엇이 까치구멍일까?

초가지붕의 꼭대기를 잘 살펴보면 뽀족하게 솟아오른 곳에 검은 구멍이 보일 것이다. 주로 부엌연기가 자연스럽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지붕마루 양단의 하부에 저런 식으로 구멍을 만들어 환기를 시켰다고 한다. 옛 선조들의 슬기로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섬마을 전경

무섬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내성천 위 강둑에서 마을을 바라보니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적당히 섞여있는 고즈넉한 산간 마을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무섬마을의 상징인 외나무다리

이제 강둑을 내려와 내성천으로 내려오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외나무다리가 보인다.

무섬마을에 수도교가 생기기 이전엔 이 다리가 뭍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한다. 수도교가 생긴 1979년 이후 없어졌다가 최근 (2005년)에 새로 복원해 매년 10월 '외나무다리 축제'를 여는 등 마을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외나무다리의 길이는 약 150m, 폭은 약 20cm 정도 된다.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듯이 이 폭이 좁은 다리를 지나기엔 그냥 걷기에도 위태로웠다.

   
외나무다리에 앉아 있는 연인들 뒤로 비껴다리가 살짝 보인다

그럼 양쪽 에서 다리를 건너오다 상대방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말로 서커스 하듯이 아슬아슬 비껴가야 할까? 아니다. 다리를 건너다 상대방이 저 편에서 오는 것이 보이면 외나무다리 옆에 짧게 놓여 있는 '비껴 다리'에 서서 기다리면 된다. 그 비껴 다리의 모습은 위에 연인들이 앉아 있는 사진 뒤쪽으로 살짝 보인다.

 

   
외나무다리위를 달리고 있는 어린이들

그냥 걷기에도 아슬아슬한 좁은 다리를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이라도 뛰는 듯이 힘껏 달리고 있다. 그래도 되는 것이.. 다리의 높이는 약 60cm밖에 안되고 강물도 발목 정도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얕아서 빠져도 걱정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섬마을은 전통마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마을이지만 전혀 상업화 되어있지 않은 마을이다. '하회마을'처럼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곳도 없고, 물이나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는 가게도 없다. 간혹 민박이라는 표지판을 내놓은 집이 몇 군데 보이기는 했지만 전혀 상업적인 냄새는 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온전히 사람 사는 마을..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오가는 이도 별로 없어 '고즈넉'이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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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시간도 강물따라 흐르고, 영주 무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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