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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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신청사의 내부의 모습. 바닥 전체가 카페트로 덮여 있다. 

   
공항내 화장실의 모습. 인도전통복장의 남녀 사진으로 구분되어 있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저녁 11시 30분 델리 외곽에 있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처음 맛 본 와인 탓일까? 아니면 호텔 같은 비즈니스 석에서 깊은 잠을 잔 덕일까? 8시간이나 되는 장거리 비행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피곤하지 않았다.

승무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절대 줄지 않는 배낭(포토트래킹 배낭엔 카메라와 삼각대 그리고 노트북 등 모두 21kg이나 되는 장비가 들어 있었다.)을 어깨에 맨채 비행기를 빠져나오자 노란색과 주황색, 밤색 등이 섞인 카페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영어와 힌디어로 적힌 공항내 안내판들.
신축한 제3터미널 내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은 하지 못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제법 오랫동안 이동했는데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페트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심한 냄새로 후각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생긴 답답함이 ‘바로 이 카페트 냄새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국제선 터미널 치고는 천장이 너무 낮았다. 신축건물이라기보다 구 건물을 리모델링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자 커다란 신축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마 구청사와 신청사가 연결되었던 모양이다.

후덥지근한 공기와 카페트의 냄새까지 옷에 스며들면서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선 채로 가다가 조급증때문인지 아니면 답답함이 심해져서인지 나도 모르게 제법 빠른 속도로 걷고 있었다.

   
인디라 간디 공항 신청사의 상징. 입국대기장 벽면에 설치해 놓은 시바신의 손들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공항 신청사 외부의 모습.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외국인과 인도승객들을 구분지어 입국심사를 하고 있다.
간단한 신분확인 후 입국스탬프를 꾹 눌러준 심사관이 ‘씩’하고 웃는다. ‘나마스떼’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웃음의 의미는 ‘반갑다. 즐거운 여행해라’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 미소 한방에 인도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긴장이 풀렸다.
 
 
밖으로 나오니 인도전문여행사 ‘인도로 가는 길’에서 미리 알려 준대로 델리에서 온 마이클이 작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트래블아이, TRAVELi 세계일주배틀수상자’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마이클과 인사를 나눈 후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여기저기 드릴 박는 소리며 바닥 자재를 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공사 중인 곳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이클은 어딘가로 통화를 한 후 우리를 이끌고 주차장을 지나 도로한쪽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차량 한 대가 비상등을 깜빡이며 우리 앞에 멈춘다.

일행은 ‘다마스’ 비슷한 미니 봉고에 짐과 몸을 실었다. 차에 타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후덥지근한 밤공기와 바깥의 낯선 풍경이 어둠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힌디어와 영어로 적힌 안내판이 인도에 왔음을 알려주는 상징 같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 안에서 본 도로의 표지판.
시간이 조금 지나자 차창 밖 사물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자동차 사이로 소들이 지나가거나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클락션을 울려대는 자동차들 틈에서 소들은 여유 있는 걸음으로 자리를 비켜주거나 제자리에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소들의 천국’이라더니 실감이 났다. 빠르게 달리는 차창 너머로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도로 한가운데 누워있는 게 아닌가? 양방향 차선의 경계를 표시해 놓은 잔디 위에 남자가 누워서 자고 있었다.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그렇게 길이나 벤치 위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서 가시거리가 짧은 도로 위에 사람들이 잔다는 것이 이상하고 불안하게 보였다.

어디쯤 왔을까? 달리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목을 빼고 기사 앞쪽을 보니 차량행렬이 멈춘 채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닫혀있던 호기심 주머니가 열리면서 차량 앞쪽으로 연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도로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차량이 빠지면서 정체된 원인이 밝혀졌다. 원인은 소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3마리 가족단위 소들이 도로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경적음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누워있는 소들을 피해 서로 빠져 나가려는 차량들로 인해 도로는 혼잡했다.
 
다행히 몇 분쯤 지나자 경적음과 헤드라이트 때문인지 소들은 도로를 벗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덕분에 우리가 탄 차는 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무사히 빠르간지(Pahar Ganj)에 있는 스털링 인(Sterling Inn)호텔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본 빠르간지는 지금은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빈민촌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파헤쳐진 도로와 허물어진 건물들,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 그리고 길 위에서 혹은 평상 비슷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 거기다 전날 밤에 비가 왔는지 흙길은 푹푹 빠질 만큼 질척거렸고 골목길을 휘감고 다니는 소똥과 쓰레기 냄새는 악취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 골목이 살아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새벽 1시에 사이클 릭샤꾼들이 복잡하고 지저분한 골목을 능숙한 솜씨로 빠져나가고 가로등 아래에 모여 있는 젊은 사내들이 런닝과 반바지 차림으로 떠들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골목의 풍경은 갑자기 흑백에서 칼라로 바뀐다.
 

세계일주배틀-'제1탄 인도를 내품에' 취재를 위해 협찬해 주신 항공사와 업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협찬사 명단과 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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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믿을 수 없는 풍경과 상상의 부스러기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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