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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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파리의 출입문

여행에서 숙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숙소를 결정하는 요소는 안전, 비용, 위치, 공간 정도가 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위치가 좋지 않으면 비용은 절감되는 식으로 상쇄되는 면이 있다. 나와 거북의 경우 숙소는 무조건 편하고 안전하고 위치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용은 이차적인 문제다. 왜냐하면, 불편하고 위험요소가 있으며 위치가 좋지 않은 숙소는 추가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며, 여행 전체를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아파트 임대인가?


우리도 파리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에는 호텔을 알아봤다. 그런데 장기간으로 갈수록 호텔보다는 아파트를 임대하는 것이 더 저렴함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우리처럼 2주 이상을 한곳에 머무를 경우 비용이 호텔보다 더 저렴했다. 대부분의 아파트 임대가 최소 숙박 기간을 3일로 제한하는데, 3일만 숙박해도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물론 아파트 가격은 매우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이는 호텔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파트 임대는 현지인들이 사는 거주 공간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파리의 아파트는 인테리어가 매우 다양하다.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번득이는 수납공간과 가구배치를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호텔과는 달리 세탁과 취사가 가능한 경우가 많고, 전자렌지, 오븐, 커피포트 등을 갖춘 곳도 많다.


물론 아파트 임대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임대의 단점으로는 첫째로, 직접 찾아봐야 한다. 아파트 임대를 중개해주는 홈페이지가 많긴 하지만 모두 영어이고, 추가적인 설명을 원하면 주인과 직접 영어로 메일을 주고받아야 한다. 둘째로, Deposit을 내야 된다. 우리는 300유로를 보증금으로 냈다. 물론 다시 돌려받지만 적은 금액은 아니며, 다시 원화로 바꿀 경우 환전으로 인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셋째로, 결제가 불편하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곳이 많은데, 이때는 paypal 같은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한 곳에서 3일 이상 숙박할 일이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조건 아파트부터 찾아볼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숙소가 아주 좋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가 위치한 곳은 2구의 Montorgueil 길에 맞닿은 골목에 있었다. 일단 2구이니만큼 이동이 편하고 치안도 좋은 지역이겠거니 정도 생각했는데, Montorgueil 길은 파리에서 매우 활기찬 지역 중 하나였다. 식당, 까페, 약국, 베이커리, 식료품점, 정육점, 마켓, 와인샵 등등 거의 없는 게 없었고, 특히 주말, 밤낮 가리지 않고 활기찬 곳이었다.


숙소를 찾아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여러 번 지도를 보고 숙지했지만, 막상 낯선 곳에서 찾아가려니 쉽지 않았다.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해서 생각보다 시간 지체가 있었고, 예정대로 RER을 바로 타지 못한 탓에 집주인인 Daniel과 만나기로 한 시간을 꽤 넘겼다. 호텔이었다면 프론트에 직원이 항상 대기하고 있겠지만 아파트 임대는 집주인과 정해진 시간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해서 늦는다고 알려주었음에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게다가 공항에서 겪은 일과 잿빛 날씨, 그리고 샤를 드 공항에서 RER을 타러 버스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교외 지역의 음울한 분위기 등은 심란함을 더했다. 겨우 RER로 갈아타고 샤틀레 역에서 내렸는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샤틀레 역은 너무나 복잡해서 어디로 나가야할지 출구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를 출력한 종이와 캐리어를 끌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헤매고 있는 우리를 위해 한 파리지앵이 먼저 다가와서 함께 길을 찾아봐 주었지만, 그도 결국 모르겠다고 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차라리 그냥 나가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단 나갔는데, 공항에서 파리 도심으로 오기까지의 황량함과는 달리 우리가 도착한 토요일 밤의 파리, 특히 토요일 밤의 레알 지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활기찼다. 날씨도 생각보다 아주 춥지 않아서 식당, 까페마다 테라스자리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길을 묻기 위해 한 커플에게 다가가 처음 어쭙잖은 불어로 "익스뀌제 무아(Excusez-moi)"를 건네며,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아주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준 꽤 예뻤던 그녀는 길을 잘 찾으라는 의미로 거북에게 윙크까지 날려줬다. 겨우 Daniel과 약속 장소인 에띠엔 마르셀(Etienne Marcel) 역 앞에서 만났다. 함께 걸어가면서 Daniel은 이 동네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고 조금만 걸어가면 루브르, 퐁피두 센터 등이 나오기 때문에 여행하기 아주 좋은 위치임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드디어 숙소 문 앞에 도착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온 것 같다.


드디어 아파트에 도착! 


출입문은 아주 작았다. 출입문 옆으로는 둘 다 식당이었고, 왼쪽에 Le Boui Boui 라는 식당은 Daniel이 리즈너블하고맛있는 식당으로 추천해주었다. 주로 큰길 쪽에 크고 눈에 잘 띄는 소위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들은 조심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이날 밤에 식사할 식당도 예약해 두었었는데, 괜한 짓을 했나 싶기도 했다. 바로 밑에 이런 식당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중에 우리도 식사했는데, 추천해준 바대로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좋은 식당이었다.


출입문은 정말 낡고 오래 돼보였고, 옆에 번호를 입력하여 열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시 다른 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어야 됐다. 문은 비록 나무재질에 낡았지만 매우 두껍고 튼튼해 보였고, 잠금장치는 투박했지만 확실해 보였다.

   
 ▲ 빙글빙글 계단





























우리가 머무를 스튜디오는 5층에 위치해 있었고, 엘리베이터 없이 빙글빙글 도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올라갈 때마다 나무 바닥 소리가 끽끽 나는 그런 계단이었다. 올라가기도 힘들고 층수도 써 있지 않아 처음에는 한층 한층 세면서 올라가야 했다. 파리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이 계단을 오르면서 나던 끽끽 소리가 생생하고, 또 그리웠다.

   
 ▲ 스튜디오 내부


























계단을 다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홈페이지 상에서 봤던 사진 그대로의 방 모습이 나타났고, 실제는 사진보다 훨씬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역시 창문도 모두 나무로 된 틀에 기계식 잠금장치로 되어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스튜디오는 취사와 세탁을 할 수 있었고, 전자레인지, 커피포트도 있었다. 친절하게도 Daniel은 원두까지 미리 준비해두었고, 제발 아낌없이 이용하라고 부탁(!)해주었다. 난방은 전기 히터가 세 개가 있었는데, 충분히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우리 스튜디오에는 테라스도 있었다. 딱히 멋진 풍경은 아니지만 골목과 맞은 편의 집 자체가 멋진 풍경이 되어 주었다. 같은 건물의 주변을 보면 테라스가 없는데, 우리 스튜디오만 절묘하게 멋진 공간이 있었다. Daniel도 이곳을 정말 멋진 공간이라며 야심 차게 소개해주었다. 바로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주 추웠지만 이제는 밖에서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어주었던 테라스

                      

























이곳에서 우리는 커피도 마시고, 밖에서 사온 빵을 먹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얘기도 했고,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흡연도 했다. 다만, 언제나 마음껏 테라스에 나와있지는 못했다. 맞은편 건물의 위치가 가까운 편이었고, 낮에는 주로 맞은편 집에서 창문과 커튼을 활짝 열어놓기 때문에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대놓고 남의 집을 들여다보는 꼴이라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방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안내사항을 듣고 Daniel이 가고 나서야 이제 우리가 파리에 제대로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설렘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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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② 또 다른 숙소 예약, 아파트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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