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제57회 송파산대놀이(대표 이병옥) 정기공연이 6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서울놀이마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무관객으로 행사를 진행한 이후 3년 만에 관객들이 함께한다.
관객들이 없는 공연은 연기자들한테 최악의 무대다. 코로나 19로 인해 오랫동안 준비했던 공연을 무관객으로 진행하는 것은 연기자들한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최악의 상황조차 극복하게 만들었다. 송파산대놀이는 2년 동안 무관객으로 공연을 치렀다.
이제 3년만에 관객들이 함께하는 공연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때 보다 연습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진다.
25일 공연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위치한 서울놀이 마당에서 제57회 정기공연을 올리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1973년 11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된 송파산대놀이는 현재 서울지역에서 유일하게 보존되고 전승되는 탈놀이(탈춤) 이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기 전, 무대 뒤에서는 50여명의 출연진들이 각자 맡은 역의 탈과 의상을 갖춰 입느라 분주했다. 공연 준비를 마친 전수자들은 악사들이 울리는 음악에 맞춰 공연장을 한 바퀴 돌고 공연 장소까지 행진하는 길놀이를 시작했다. 이때 붉은 바탕에 산대도감이 쓰여진 깃발이 가장 앞에 서고 태평소 등을 연주하는 악사가 뒤따르며, 그 뒤에 여러 연희자들이 탈을 쓰고 행렬을 따라간다. 이 길놀이는 “탈놀이를 한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광고 기능”과, “마을의 잡귀를 쫒는다”는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송파산대놀이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산대놀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산대놀이란 중부지방의 탈춤을 가리키는 말이다. 송파산대놀이는 서울·경기 지방에서 즐겼던 산대도감극(山臺都監劇)의 한 갈래로 춤과 무언극, 덕담과 익살이 어우러진 민중의 놀이이다. 이 놀이는 매년 정월 대보름과 단오·백중·추석에 명절놀이로 공연되었다.
송파마을은 경기일원의 상업근거지였는데 약 200년전 송파장이 가장 번성하던 때에 산대놀이가 성행하여 오늘날까지 전하는 놀이형태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송파산대놀이는 전체 7과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놀이에 앞서 가면과 의상을 갖추고 음악을 울리면서 공연장소까지 행렬하는 길놀이를 하고, 가면을 배열해 놓고 고사를 지낸다. 놀이내용의 구성이나 과장·춤·탈 등이 양주별산대놀이와 거의 비슷하지만 몇 개의 탈과 춤, 배역이 옛 형태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즉 양주별산대놀이에서는 이미 사라진 화장무 춤사위가 남아 있고, 해산어멈·신할미·무당의 탈이 남아 있어 이들 탈들이 맡은 역이 따로 있다. 바가지, 소나무껍질, 종이 등으로 만든 탈 33개가 사용되며, 놀이형태는 다른 탈춤과 마찬가지로 춤이 주가 되고 재담과 동작이 곁들여진다.
흥겨운 가락에 출연진 모두 참여하는 길놀이가 끝나자 놀이마당에 멍석을 깔고 제사상을 차려 그 앞에 탈들을 쭉 진열하고 고사를 지내는데 이를 서막고사라 한다. 대표자인 이병옥 회장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고 축문을 읽은 뒤에 부정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 흰 종이를 태워 올리는 소지를 한다음 다시 절한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절한 뒤 고사를 마치고 음복 후 본격적인 12마당 놀이가 시작된다. 12마당 전부 스토리가 연결되기 때문에 장편의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중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마당은 여덞째마당 - 신장수 놀이다. 원숭이 역을 맡은 오지윤 어린이는 2018년인 4살때부터 우리나라 최연소 전수자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토성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오지윤 어린이는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원숭이 역할을 소화하게 된다.
제8마당에서는 신장수가 원숭이를 업고 등장하여 노장에게 신을 팔면서 불도에 정진하지 않고 여색에만 빠진 수도자에게 원숭이를 보내 조롱한다.
오지윤 어린이는 어른 못지 않은 감각과 동작으로 원숭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빨간 원숭이 옷을 입고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는 당찬 어린이다.
오지윤 어린이가 역할을 마치자 연습장면을 보기위해 모여든 관객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단막극을 보는 듯한 재미와 세련된 흐름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지윤 어린이는 현재 송파구 홍보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연습이 끝나고 오지윤 어린이와 엄마인 문소지 씨를 만났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문소지 씨는 연습 중인 딸 오지윤 어린이에 대해 “어려서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고 감성이 발달해서 보고 배우는 것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지만 연습한 기량을 맘껏 보여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송파산대놀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시에서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인 송파산대놀이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연습과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시민들과 구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내외에 많이 알릴 수 있으니까요."
한편, 25일 열리는 이번 송파산대놀이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공연장을 찾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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