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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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김가인 기자] 영화[나랏말싸미]는 한글창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종 주도의 한글창제가 아닌 '신미'라는 스님과 공동으로 작업한 한글 창제 이야기이다.  
영화는 과연 세종대왕 한 사람의 머리에서 이렇게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원리를 가진 문자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글에 관련된 영화를 마음에 품은 이후 십수 년 동안 조철현 감독이 가졌던 의문과 영화화의 실마리는 실존 인물인 신미 스님에서 나왔다
나랏말싸미_2차포스터_7월24일대개봉.jpg▲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억불정책을 가장 왕성하게 펼쳤던 임금인 세종이 죽기 전 유언으로 신미 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이란 법호를 내렸다는 기록과 김만중의 서포만필에 있는 훈민정음과 불경을 기록한 문자인 범어(산스크리트어)와의 관계 등은 한글 창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설 중에 하나로신미 스님이 했던 역할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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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국가인 고려를 뒤집고 유교를 국시로 창건된 새 왕조 조선의 임금인 세종이 스님과 손을 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그들의 인연을 날줄로그리고 아픔과 고민 속에 잉태된 한글이 어떤 원리를 가지고 마침내 태어났는지 그 창제의 과정을 씨줄로 짜여진 [나랏말싸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식을 독점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권력 또한 독점하고자 했던 유신들에 맞서 모든 백성이 문자를 읽고 쓰는 나라를 꿈꿨던 세종의 이상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되었는지가장 높은 곳의 임금과 가장 낮은 곳의 스님인 세종과 신미의 인연과 협업충돌의 과정 속에 그들과 함께 한 소헌왕후대군들신미의 제자이자 도반인 스님들새로 태어난 문자를 익혀 퍼뜨렸던 궁녀들까지훈민정음 서문의 첫 마디인 나랏말싸미를 제목으로 한 영화는 개인의 업적이 아닌 모두의 성취였던 한글그 이면의 이야기를 재미와 울림 속에 전한다

위대함이란 무엇인가한글에 대한 흥미와 더불어 감독을 사로잡았던 것은 사후에 평가되는 위대함의 이면그 실체에 관한 것이었다모든 위대함은 상처와 실패를 딛고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는 깨달음은 세종과 신미소헌왕후가 그려내는 삼각형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위대한 임금인 세종은 실제로는황제의 나라인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와 공맹의 진리를 빌미 삼아 왕권 강화를 견제하는 유신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평생을 괴롭힌 질병에 고통받고사랑하는 아내의 상처조차 걷어줄 수 없는 남편이었다세종 역시 우리와 똑같이 좌절하고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은 어떤 인물이건실감과 입체성을 더해 약동하는 감정으로 기억되게 하는 송강호로 인해 스크린 위에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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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의 주인공이 아닌고뇌와 번민 속에 좌절과 성취를 함께 겪는 위대함의 뒤편에 숨어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세종을 지켜보는 것은 한글 창제 과정의 역동성과 더불어 <나랏말싸미>가 가진 가장 큰 재미 중에 하나다또한 천한 불승에게 난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넌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라는 세종의 배포와 이에 아니오나는 부처를 타고 가겠습니다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십시오라며 맞받아치는 신미의 배짱은서로가 믿는 진리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한 길을 갔던 두 위대한 존재들의 동행과 엇갈림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단적으로 전한다

하늘과 땅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을 만나게 해소리글자인 한글 탄생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은 물론신하들의 감시의 눈길 등 장애물이 나타날 때이를 푸는 해법을 제시하는 현명한 여장부 소헌왕후는 이 둘의 인연이 한글 탄생까지 이어지게 하는 큰 역할을 한다

성격과 신념서로 다른 상처와 번뇌를 가진세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송강호와 박해일전미선으로 <살인의 추억이래 16길고 긴 인연을 <나랏말싸미>의 재회로 완성했다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품는 대범함서로 다른 욕망으로 인한 대립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며 서로 수렴해 가는 세 사람의 관계는 연기 잘하는 세 배우들로 인해 입체적인 파고를 가진 이야기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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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철현의 말] 

이 땅 오천 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 생각한다.

그 두 가지를 영화화하겠다는 희망을 품은 지 15년째다.

몇 년 전, 그 두 가지 사이에 신미 스님이란 연결고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훈민정음 해례본 속에 그걸 입증하는 훈민정음 코드가 있다는 걸 확인한 후, 작가들과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환갑에 감독 데뷔라니. 13편이나 연출을 한 친구에게 물어봤다.

 

연출, 어떻게 해?”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너무 잘하려 하지마. 시나리오 쓰고 캐스팅 끝나면 연출의 90%는 끝난 거야.”

다시 질문했다.

나머지 10%?”

그 역시 대답은 간단했다.

하다 보면 알게 돼

 

촬영장에서 나는 저것이것사이에서 끊임없이 망설였다.

저것은 내가 머리로 기대하는 것이고, 이것은 제작진과 배우가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머지 10%는 바로 그것이었다. 저것을 포기하고 수많은 이것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세종이 위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건 결과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감독의 탈을 쓰고 연출을 하면서

진정 위대한 것은 좌절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는 진부한 사실을 배웠다.

 

<나랏말싸미>는 새 문자를 만드는 과정을 씨줄로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인연을 날줄로 엮은 이야기다

 

감독 조철현

각본 조철현 이송원 금정연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제작 영화사 두둥

제작자 오승현

프로듀서 성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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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세종의 목숨과 바꾼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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