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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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민희식 기자] 아주 오랜만에 뉴욕을 다시 찾았다. 뉴요커들의 자존심만큼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미드타운의 마천루,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처럼 활기로 넘치는 쇼 비즈니스의 총본산 브로드웨이, 세계의 명품 숍들이 즐비한 5th 애비뉴 등 모두 한결같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뉴욕을 상징하듯 서로 자웅을 뽐내고 있었다. 뉴욕이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은 바로 이같이 세계 최고들이 모여 만들어낸 종합세트 같은 느낌 때문이다.
   
Times-Square_Brittany-Petronella_0069.jpg▲ 사진출처 : 뉴욕관광청, 타임스퀘어 광장
 
나는 뉴욕컬렉션이 열리는 맨해튼 브라이언 파크를 찾았다. 세계 3대 패션쇼 중의 하나인 뉴욕 컬렉션은 대부분 뉴욕 시립도서관 건물 뒤편에 임시로 설치된 흰 천막에서 치러졌는데, 파리나 밀라노 컬렉션에 비해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분명히 뒤떨어지지만 뉴욕다운 실용성이 돋보이는 패션쇼임에는 틀림없었다. 뉴욕 컬렉션에 소개된 옷들은 누가 입어도 무난할 정도로 상업적 요소가 강하지만 뉴욕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크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뉴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시크(Chic)란 단어가 제격일 듯싶다
 
건물 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뉴욕의 날씨는 비까지 내려 을씨년스러웠지만 이런 분위기가 뉴욕을 더욱 뉴욕답게 하는지 모른다. 패션쇼가 열렸던 맨해튼 브라이언 파크 옆에는 바로 뉴욕 시립도서관이 이웃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르네상스식 건물의 도서관이지만 이 건물은 바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의 주요 무대였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제이크 질렌홀과 그 친구들이 혹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도서관의 장서들을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기상학자인 아버지 데니스 퀘이드의 구조를 기다리던 바로 그 건물이다.
 
ApolloTheater_JoeBuglewicz_70.jpg사진출처 : 뉴욕관광청, 브로드웨이
 
뉴욕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나 블록버스터는 부지기수로 많다. 영화 <킹콩>에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배경으로 가슴 찡한 엔딩 신이 만들어졌고,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실제 세계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고질라>에서 괴물은 브루클린 다리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딥 임팩트>를 비롯해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뉴욕을 무수히 무너뜨리고 파괴를 일삼았다. 이는 뉴욕이 인류가 이룩한 현대 문명의 상징적 집합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뉴욕의 몰락은 인류의 몰락으로 대변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비록 영화 속이지만 뉴욕이 풍비박산이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뉴요커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세계 어느 도시를 다녀 봐도 뉴욕만큼 자국 국기가 많이 나부끼는 도시도 드물다. 건물은 물론 시내버스와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성조기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뉴욕의 심벌이기도 하다. 이는 이방인들에게 네가 지금 보고 느끼고 있는 이 사랑스러운 도시는 바로 미국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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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뉴욕관광청, 브루클린 다리
 
 하지만 정작 뉴요커들은 자신들에게는 내셔널리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내가 만났던 중년의 백인 중산층 뉴요커는 미국에는 내셔널리즘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메이플라워호가 신대륙에 닻을 내린 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종들은 저마다 사연과 꿈을 안고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뉴욕은 인종 전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거대한 국제도시를 형성했다. 하지만 지금 다양한 피부색과 각기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민족들이 성조기 아래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서로 다른 출신의 미국인들이 성조기를 중심으로 뭉치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뉴요커들은 단 하나의 단어로 압축한다. 그것은 바로 달러라고. 미국인들의 애국심은 바로 달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바로 달러의 힘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정체성을 달러에서 찾는다면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뉴욕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들 달고 있다. 사람들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오늘도 뉴욕으로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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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욕망이란 이름의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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