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 전체메뉴보기
 
▲ 겨울소리2 (72.7x53.0cm, Oil on Canvas 2008) 소정란作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라,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의 자취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음으로 해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입니다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 없이

아무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채 묻혀 있었습니다.

,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위 시는 대부분 한 번쯤 읽어보고 들어봤을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 않은 길이다. 꿈꾸는 소녀처럼 큰 눈을 가진 소정란 작가(서양화가)의 첫번째 개인전(2009.9) 도록 맨 앞장에 이 시가 실려 있다.

▲ 소정란 작가(서양화가)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첫 눈에도 감성이 풍부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특별히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첫 페이지에 수록한 이유가 있으세요?
. 개인전을 열기까지 많은 방황을 한 것 같아서요. 결혼 전까지 비록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애착은 늘 갖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던 터라 내가 할 일이 어쩌면 이 길이 아닌가 생각했었거든요.”

소정란 작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잔을 들었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시를 회상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결혼 후에도 양육에 신경쓰느라 그림 그릴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그러다 13년 전 친한 언니의 제안으로 화실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그림에 대한 동경과 에너지가 분출되기 시작했죠.”

▲ 녹빛향연 (40.9x60.6cm)  Oil on Canvas 2010.
▲ 겨울소리(120.0x60.0cm Oil on Canvas 2008)

'그랬었다. 오랜시간 정체성을 찾지 못해서 한 때 우울함과 허허로움으로 힘들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붓을 잡고 캔버스를 마주하면서 내게 있어 햇살은 더욱 청아했으며
, 살갗에 닿는 바람은 마치 여린 얼굴에 꽃물이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

정말이지 오랜만에 찾아든 설렘이었다
. 때론 진한 커피향보다 물감냄새가 그리운 걸 보면...좋은 작품을 만날 때마다 심장이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면...

남겨둔 다른 한 길을 기꺼이 찾아듦이 지금의 소중한 오늘이 아닐까 싶다
.
그대 있음에 진정 나는 행복하다
.'


작가는 시가 실린 바로 옆 페이지에 위의 문장으로 자신의 재기를 알렸다
. 시적 감수성을 겸비한 화가의 시선은 캔버스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2002년부터 다시 시작한 그림은 약 7년간의 개인수련을 거쳐 마침내 2009년 화려하게 꽃피웠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 사람들에게 선보인 작품은 한결같이 자연을 담았다
. 시골 고향이나 외갓집에 가면 볼 수 있는 황토길, 강가의 풍경, 시골 산길에서 마주치는 소나무, 꽃밭, 가을향이 묻어나는 오솔길, 겨울철 흰 눈으로 하얗게 덮인 농로 등이 작가의 따뜻하고 맑은 시선에 채집되었다.

▲ 봄빛 (72.7x 50.0cm  Oil on Canvas 2009)
▲ 녹빛향연

“2008년 국전에서 100호 작품이 입선을 했어요. 그림을 시작하고 6년만의 결실이었어요. 그렇게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어요. 동기부여도 되고 제 속에 에너지도 더 뜨거워지는 것 같고...그래서 더욱 열심히 작품에 집중했어요.”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선한 다음해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 그리고 약 3년간 인사동에 있는 화랑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다.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얻은 게 많아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물론 제가 추구하는 작가적 성향도 더욱 뚜렷해졌죠.”

작가는 왜 자연만을 고집하는 것일까
? 그것도 동물이나 곤충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꽃과 나무, 강과 시골 길 등의 옛 자연풍경이다.

▲ 소정란 화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어렸을 적 보았던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이 점점 도시화되면서 사라지는 게 안타깝고 아쉽더라고요. 지금도 시골에 가면 산길이나 농로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는데 제 눈엔 그게 참 이쁘게 보였어요. 계절에 따라 개울이나 강의 주변이 초록에서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는 것도 그렇고 겨울엔 온통 하얗게 뒤덮이는 산길도 운치가 있고요.”

작가의 눈에 비친 시골풍경은 시로 보면 서정시에 가깝다
. 자연을 그리는 작가의 태도는 사물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다. 즉 자연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과 교감을 통해 감성이 깊어지면 그때 비로소 캔버스에 자신이 채집한 풍경을 펼쳐 놓는다
.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잔잔하고 평화롭다. 울렁거리는 마음도 평온해진다. 미술치료가 절로 되는 느낌이 든다.

성격은 그렇지 못한데 작업을 할 때는 거의 몰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구도와 장면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 각인된 상태로 남아 있어요.”

작가는 앞으로 묘사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새로운 터치와 반구상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풀어야 할 숙제로 생각한다고 주문을 외우듯 말한다.

자신을 화가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도록 이끌어준 분은 김성호 선생님이다
. 그의 새벽이란 작품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네 번째 개인전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새로운 구도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한 유화 대신 아크릴작업도 할 생각이다
. 그녀는 평소 음악과 책을 자주 접하면서 인문학적 소양도 쌓고 골프와 산책으로 체력도 기른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겨울소리

작가에게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와 이제 막 그림에 입문한 후배주부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청했다.
창작은 대부분 산책 중에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타나면 사진을 찍고 그중 가장 잘 나온 것을 선택해서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해요.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크게 생각나는 게 없는데...저 같은 경우 전시회에 자주 가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성향이나 주제 등이 다르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워요.”

그녀는 작품의 폭을 넓혀주는데 타 장르의 지식이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임태경의 크로스오버를 좋아하고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이죠. 타 장르의 정서가 작품을 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다녀야 할 부분이죠.”

소정란 작가는 앞으로 예쁜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서 거기에는 작품이 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 그녀는 2년 후 네 번째 개인전을 할 것이라면서 보다 편안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와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 올 수 있는 전시회를 기대해 주세요.”


▲ 서양화가 소정란


소정란 작가 프로필

개인전 3

단체전

동이
7인전(동이갤러리)

단성7인전(단성갤러리)

서울아카데미전(세종문화회관)

아름다운동행전(북부지방검찰청)

대한민국회화제(서울시립미술관)

한국미술협회전(예술의전당)

서울국제미술제(조선일보미술관)

대한민국여성미술제 혜윰전(세종문화회관)

고구려의기상전(조형갤러리)외 다수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2008)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울아카데미, 대한민국회화제 회원, 한국미협서양화2분과위원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인터뷰] 자연을 품은 화가 소정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