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 전체메뉴보기
 

 

▲ 김미경 작가(서양화, 영매화)

어려서부터 서화를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운 붓글씨는 내 인생을 결정짓는 DNA가 됐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시작한 그림은 어려서부터 꿈꾼 일이라 자는 것조차 아까웠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스스로 행복해 했다.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작품에 매진한 결과 대한민국 최초로 '영매화'라는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타르와 재를 활용한 '영매화'는 3년 연속 '순국선열의 날'에 독립관에서 특별초대전으로 빛났다.

2000년 이후 10년 넘게 전업작가로 살면서 늘 넉넉하지 못한 생활고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내게 전시회는 힐링의 시간이다.
1년에 많아야 2~3회 뿐이지만 크고 작은 전시회를 통해 내 작품이 일반인들과 소통할 때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처음엔 탑차를 사서 100호가 넘는 작품을 직접 운반하느라 애를 먹었다. 덕분에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갔다. 이렇게 그림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고 어디서도 찾지 못했던 행복을 안겨줬지만 가져간 것도 있다.


바로 나의 건강이다. 타르와 독한 유화 물감을 사용해 비좁은 공간에서 밤샘 작업을 하니 좋았던 시력이 점점 안좋아졌다. 게다가 겨울철 찬바람에 무릎 관절이 약해졌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내가 절실하게 깨달은 게 있다면 작가에게 소통만큼 중요한게 없다는 것이다. 내 그림이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그때야 비로소 내 작품들이 숨을 쉬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들에게 소통의 장은 숨통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발표의 장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선진국일수록 예술가들이 마음껏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데 인색하지 않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예전보다 많은 기회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중 하나는 문예진흥기금이다. 하지만 해마다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크다. 지원역시 불투명하다. 이처럼 운용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만 완벽할뿐이다. 기타 행정적인 절차와 문서작성 등에는 대부분 문외한이 많다. 이런 현실을 정부관계자는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술가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모으고 작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고민을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정부에서 입맛대로 선정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정부는 국민의 권익과 행복을 위해서만 존재할 가치가 있다.


사기업이 아니기에모든 국민이 피같은 세금을 정부에 내주는 게 아닌가. 예술가에 대한 지원 역시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권유지를 위해 얄팍한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이들은 바로 예술가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문화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다.


시인이나 소설가 등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발표할 문예지가 필요하고 나같은 화가에게는 전시공간이 절실하다. 좀 더 많은 예술가들에게 성별, 나이, 사상 등을 떠나 오롯이 작품만으로 평가받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

김미경 화가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차별없는 지원으로 작가의 예술세계 확장 기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