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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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광주요 조태권 회장은 우리의 술과 음식 그리고 도자기에서 한국인의 정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태권2419.jpg▲ 광주요 조태권 회장
 

조태권 회장은 한마디로 멋진 남자다.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독특한 스타일만이 아니다. 일단 조 회장과 대화를 시작하면 그가 멋진 남자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988년부터 광주요를 우리의 전통 도자기 전문 회사로 발전시켜 온 조 회장은 2000년 이후 우리의 식문화를 새로 쓰기 시작한다.


‘화요’와 ‘가온’이란 브랜드로 탄생한 소주와 한정식 전문 레스토랑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무려 15년이란 긴 산통 끝에 세상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말 '멋진 남자‘ 조태권 회장의 집무실에서 식문화에 대한 그의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직접 들어 보았다.  


싸구려는 절대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없어
조 회장은 생활 속에서 우리 것을 찾기가 힘들다고 안타까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합니다. 패스트푸드와 국적불명의 음식들이 우리 식탁을 휩쓸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식문화를 잊고 사는 것이 더 큰 시행착오입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우리의 식문화가 일본이나 외국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도 음식과 그릇 그리고 술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에 의해서 우리의 전통자기가 사라지고 전통 술이 사라지고 대신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주가 일반화 되었고 특색 없이 대량생산된 그릇들이 나오게 되자 우리의식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는 점차 빛을 잃게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인터뷰는 뜨거운 불가마처럼 활활 타올랐다. 조 회장의 에너지는 생각했던 것 보다 강했다. 그가 품고 있는 식문화에 대한 철학을 다 듣기엔 시간이 부족할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사라져 가는 식문화를 되살릴만한 해답을 갖고 있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세계화 시킬 수 있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그중 식문화가 가장 세계화 시킬 수 있는 문화죠. 그것은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게 창조해야 할 무한의 자산입니다.”   

조 회장은 전통자기인 광주요에서 출발해 전통주 ‘화요’와 전통한정식 ‘가온’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미 광주요를 통해 장식장에 있던 도자기를 생활 속의 도자기로 개념을 바꾸는데 성공시킨 조 회장이었다. 그가 이번엔 소주 ‘화요’를 통해 대기업들이 장악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도수가 41도인 ‘화요’는 시판가 2만 2,000원. 영업점에서는 5만 원대에 팔린다.  

조 회장은 ‘화요’ 이야기가 나오자 특유의 ‘식문화론’으로 말을 풀어나간다. “절대 ‘싸구려’는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없습니다.”  

백발의 노신사의 입에서는 파격적이고 단호한 철학이 쏟아져 나왔다.
“술과 음식 그리고 이들을 담는 그릇은 실과 바늘의 관계입니다.  한식이 세계화에 실패한 이유는 포장을 잘하지 못해서죠. 고급 한정식을 바라보는 사람들 대부분 옆에 앉는 여자가 예쁘면 됐지, 음식 내용이나 그릇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음식 문화라는 게 없어요. 음식 장사도 상놈이 하는 거지 양반이 하는 장사가 아니란 거죠. 돈 있는 사람은 결코 음식 문화라는 거 안 합니다. 그런데 나는 20년 동안 약 500억을 털어 넣고 ‘식(食)문화’를 세계화 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장이 형성되려면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한데 자신의 능력으로는 한계에 온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부나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계에서 자동차 시장은 1320조원, IT 산업 시장은 2700조원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식품 산업 시장은 4800조원이며, 이중 외식 산업이 2300조원입니다. 이런 큰 음식 시장에서 우리 몫이 없어요. 우리 것이라고 아직 보여준 게 없었으니까요.” 

그에게 식문화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음식이란 한번 각인되면 계속 갑니다. 음식의 생명은 포장이지요. 그릇과 테이블과 세팅과 꽃과 거기에 모든 소품들과 그 분위기와 거기 온 손님, 음악, 술, 모든 게 음식을 위해 포장하고 있는 거죠. 이런 음식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식문화는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하루아침에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공하면 그건 영원히 보장되는 사업입니다.” 

세계시장을 보고 시작한 우리의 식문화 만들기
조 회장은 광주요(窯: 도자기) 창업자인 조소수 선생의 아들이다. 그는 경기고를 나와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 미주리산업대 공업경영학과를 다닌 후 대우에서 해외근무를 했다. 거기서 독립해 중동에서 무기·중장비 장사를 했고, 그의 말대로라면 엄청난 성공을 했다. 그러던 중 부친이 타계하자 1988년 광주요를 이어받았다.  

“저는 급하고 돌진하는 스타일이었지요. 중동에서 무기 장사를 하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도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도자기는 제게 기다리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인내를 키워주는 겁니다. 한 번 불가마에 들어가면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원하는 것이 안 나오면 또다시 해야 합니다. 3개월에서 또 3개월. 도자기 사업을 안 했다면 나는 인내심도 없고,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부친의 사업을 이어 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문화였다. 처음엔 도자기를 어떻게 하면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만들까 고민했는데 곧 방향을 바꾸었다.

이미 서민들을 위한 그릇은 도자기가 아니라 공장에서 막 찍어 낸 유리와 사기 그리고 플라스틱 그릇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상류층을 겨냥해 광주요를 고급화 시켰다.   장식용 도자기가 아닌 생활 도자기로 작품과 같은 특별한 생활자기들을 선보였다. 그의 마케팅 전략은 성공했다. 그렇게 광주요의 성공으로 그는 식문화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가 다음 단계로 시작한 것은 ‘가온’이란 전통 한정식 레스토랑이었다.

“처음에 도자기에 음식을 담고 음식재료를 고급화하니까, ‘한식은 이렇게 비싸면 안 돼’ 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지요. 그 말씀을 하시는 많은 사람들은 뒤에서 발렌타인 30년산을 마시고, 10만~20만원짜리 와인을 먹죠. 우리 한식은 10만원만 돼도 비싸다고 합니다. 우리 것을 낮게 보기 때문에 우리 것은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가온’은 생각보다 힘에 부쳤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어려운 시간을 많이 보냈지요. 아내가 ‘그만 접고 해외에 나가서 살자’고 했습니다. 사실은 7년 전쯤 그만둘까 했지요. 그런데 식문화라면 도자기와 음식, 그리고 술이 있어야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술도 만들기 전에 중단하면 지금까지 해온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술까지 만들어보고 그만두겠다’고 마음먹고, ‘화요(火堯)’라는 술을 만든 겁니다. 술을 만들고 보니 이제는 갈 데까지 너무 가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내 모든 걸 넣어야 하겠더라고요. 집사람에게는 ‘어느 누가 할 수 없는 걸 내가 만들어 놓으면 내가 성공하든 안 하든 누군가가 이어간다. 그것만으로도 노블리스오블리제를 실천한 셈이 되니까요. 사람이 스스로 자기 최면에 걸리는 것처럼, 이제 이렇게 생각이 굳어져 버렸어요.”
광주요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들 
그의 세계관은 한마디로 확고하다. 국내만을 보고 시작한 게 아니란 뜻이다. 그는 세계의 모든 나라에 우리의 고급 식문화를 보급하고 그들의 식탁에 우리의 음식과 술 그리고 그것들을 담은 그릇을 올려놓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5000만명을 보면 안됩니다. 우리끼리만 얘기하면 언젠가 고립되고 맙니다. 앞으로 전세계 중산층은 20억 명쯤 늘어나는데, 이들을 상대로 시장을 개척해야지요. 일례로 제가 홍계탕(홍삼과 오골계를 넣고 끓인 육수에 쌀을 넣고 쑨 죽)이란 걸 만들었어요. 제일 비싼 게 30만원입니다. 얼마 전 미국판 시사주간지 타임에 한국에 가서 즐길만한 요리로 소개된 것이지요. 이를 누구나 먹자는 게 아닙니다.  

최고의 음식을 먹는 사람이 왔을 때 그 사람에게 대접하자는 거죠. 국내 대기업 초청으로 두바이의 왕자들이 왔을 때 우리 식당에서 저녁 만찬이 있었지요. 그때 홍계탕을 내놓았습니다. 다음날 이 왕자들이 ‘또 먹고 싶다’며 호텔 숙소로 다섯 그릇을 주문해 갔습니다. 슈퍼스타가 있어야 주연이 만들어지고, 조연도 만들어 집니다. 또 그 조연 속에서 주연이 나오는 거죠. 식문화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우리 전체 식문화가 발전된다는 거죠.”  

조 회장은 모든 음식이 세계화 되려면 우리의 눈높이가 아닌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고급 호텔처럼 세련되게 꾸며진 ‘가온’의 공간 안에는 민화 벽지와 ‘시가’ 장식품 등 국내외 문화가 공존한다. 게다가 음식은 코스식으로 나온다.  

“전통의 복원은 옛 것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맞게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우리 문화가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려면, 어떤 문화와도 잘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내려면, 그렇게 최고급 문화를 공략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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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 사업은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 동참해야
그의 고집스러운 식문화 철학이 세계에서도 통한 것일까? 증류식 소주 ‘화요’가 2008 몽드 셀렉션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조 회장은 “2년간 묵혀뒀던 화요를 출품해 놓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출시된 지 3년 됐지만 술은 계속 익어가고 있으니까 매년 새롭게 내놓을수록 품질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 몽드 셀렉션은 4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주류 심사 이벤트로 매년 1400여가지 품목에 대해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친다. 비엔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을 준비 중인 조 회장은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 거래처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지역의 반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화요’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07 IWSC 국제주류 박람회(International Wine &Spirit Competition)에서 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력, 조직력,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며 “가온을 세계시장에서 성공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년 동안 노력 해 온 결과를 국민과 함께 나눌 것이라며 무형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고려청자와 이조백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입니다. 그런데 일제치하에서 완전히 말살당한 것이죠. 대한민국에서 어느 누구도 백자와 청자를 재현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도자기 만이 아닙니다. 일제 36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중 우리의 식문화도 바꿔놓았죠.” 


조태권 회장은 50년 후 세계시장을 내다보면서 지금의 식문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그의 희망대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길은 하루속히 우리의 우수한 식문화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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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요 조태권 회장...“한 나라의 도자기와 음식 그리고 술은 운명공동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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