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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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을 역임한 배재문 교수( 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를 만나 보았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의사로서 엘리트 코스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밟아왔다.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면서도 그는 위암센터장을 역임하고 위암연구과장과 기획조정실장이란 보직을 겸하고 있다. 

의사이자 기획실장으로서 그의 시간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촘촘했다. 짧은 인터뷰를 통해 배재문 실장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목표로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배낭여행을 즐겨하는 그로부터 색다른 모험을 듣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여느 대학의 교수 연구실과 비슷한 크기의 기획조정실장 방에서 배재문 박사를 만났다. 짧은 머리의 모범생 같은 모습을 한 그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머리가 좀 길어서 이발소에 갔더니 이렇게 짧게 잘라놨네요. 집에서도 많이 싫어합니다만 한 번 자른 머리카락을 다시 붙일 수는 없잖아요.”   

인터뷰 시작 전 다소 어색한 듯 머리를 만지며 배재문 실장이 입을 열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공부 잘하는 반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얼굴과 잘 어울렸다.

“하루일과요? 개인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8시 회의하고 외래 보고 수술하고 결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연구하고 외부기관협의 건으로 미팅하고 그러면 저녁 9시가 넘기 일쑤죠. 퇴근은 그 후에 가능하고요.”

의사로서 행정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힘든 일은 없어요. 다만 개인시간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죠.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은 휴가를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배재문 박사로부터 위암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부탁했다. “위암은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짜고 맵게 먹는 것만 피해도 위암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밖에 금연하고 정기검사하면 위암 걸릴 확률을 대폭 줄일 수 있죠.”

그는 위암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40부터 2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들은 병원을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교육을 받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자신의 몸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곳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배 실장은 “위암을 조기발견하고 치료하는 곳으로 병원을 잘 활용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병원에 대한 이미지 교육을 제대로 시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국민 중 25%가 암에 걸리는 데 그 중 20%가 위암이라고 한다. 즉, 4인 가족 중 한 명이 암 환자라면 위암은 암환자 5명 중 한 명이 해당되는 셈이다.      

배재문 실장은 “위암은 소득이 낮을수록 저학력자 일수록 발병률이 높은데 이는 조기검진을 안 받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배 박사에 의하면 “ 정부에서 1년에 약 200만 명의 저 소득자를 대상으로 무료 암 검진을 하고 있다”며 “이를 적극 활용하면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재문 실장은 또 현재 암 치료율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위암뿐 아니라 모든 암에 대해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위암학회, 미국암학회, 아시아 암학회 등에서 이사와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재문 박사는 얼핏 보면 공부벌레 같다. 하지만 키나 체격을 보면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젊은 모습이다. 운동할 시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든 운동을 좋아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직접 하는 것은 없지만 주말을 이용해 등산은 자주하는 편입니다.”

산을 좋아한다는 말에 딱딱한 이미지가 갑자기 부드러워지면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정말 운동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축구와 달리기도 하고 싶습니다. 거기다 욕심을 좀 보태면 여행을 좀 많이 다녔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는 여행 얘기를 꺼낸 후 조그맣게 한 숨을 쉬었다. 수술과 연구 그리고 기획실장 업무로 빠듯한 하루일과 속에서 여행은 아무래도 거리가 먼 희망사항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내 예상을 뒤 엎은 한마디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올 해는 지난해 못 가본 터키를 꼭 가보고 싶네요.”

알고보니 배재문 박사는 못 말리는 배낭여행 광이었던 것이다. 이미 1990년대에 하이텔과 유니텔의 여행동아리 배메사쓰(배낭 메고 사표 쓰고)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배낭족이었다. 

여행이란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방안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생동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모범생코스만 밟아서 수술만 잘하는 의사인 줄 알았는데 등산과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면이 있었다니 의외였다.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여행 동아리입니다. 여행은 현지에서 만나 함께 돌아다니다 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한다고 봐야죠.”

그는 94년 레지던트 때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고 몽골과 인도를 다녀왔다. 그 후 태국, 캄보디아, 유럽, 미국 등을 다녀왔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지역을 짧게 여러 번 다니게 됩니다. 보통 3박 4일에서 1주 내외죠. 휴가를 내면 2주까지 가능하지만요.”

그가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동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게 됩니다. 즉, 1900년 대 초의 문화를 2007년에 보고 느끼게 되는 셈이죠. 그리고 인간에 대한 평등과 겸손함을 배웁니다. 또 성별 나이를 초월해 친구를 얻고, 동시대 지구촌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사고(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게 됩니다.”

배재문 박사는 “배낭여행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지에서는 언제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수록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험심이 20대보다 더 많아 보이는 배 박사의 여행이 궁금했다. 그냥 여행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배낭여행이 아닌가? 특별한 추억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 

배 박사는 웃으면서 그동안의 여행 중 기억에 남는 몇 개를 풀어 놓았는데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을 법한 사건이었다. 

“몽고를 여행할 때 가이드가 말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어요. 나도 여행 중 가끔 말을 타보긴 했지만 몽고말은 제주도 조랑말처럼 작은 야생마인데 안장도 없는 야생말을 끌어와서 타라고 하지 뭡니까? 가이드는 그래도 경험이 있었지만 나는 처음이었거든요. 어쩔 수없이 주의사항을 대충 듣고 말에 올라타고는 초원을 달리기 시작했죠.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려고 말의 고삐를 당기는데 갑자기 뒤따라오던 가이드가 그만 말과 함께 넘어지고 만 것입니다.”

가이드가 말타기 전에 주의사항을 말해줬는데 정작 본인이 그것을 어겨서 사고가 난 경우였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고 한다. 

그는 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데 그중 한번은 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발리에서 탄정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오다가 캄캄한 도로에서 폭주족을 만났는데 ‘차이나’라고 해서 위기를 모면했고 마을 불량배들이 칼을 들고 쫓아와 30분간 진흙바닥에 엎드려 있다 두 시간을 걸어서 호텔에 도착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이 서늘합니다.”

이제 초보딱지를 떼고 중견 배낭여행자로서 노하우가 쌓인 배재문 박사가 배낭여행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었다. 그중 알짜 노하우를 소개한다.  

<배낭여행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

첫째, 목적지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입수해라.
둘째, 자신이 감당 할 수 있는 곳을 가라. (초보자 여행 코스가 따로 있다. 기후, 일정, 본인의 체력, 경비 등을 감안해야 한다.)
셋째, 욕심을 버려라. (지나친 욕심은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넷째, 여행도 기술이다. (위기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선배들의 노하우를 귀담아 듣고 간다)
다섯째, 시간을 내서 여행해라. (여행은 시간이 생기면 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시간을 내서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거쳐 실행해야 한다.

[배재문 박사 프로필]
2012.03 삼성서울병원 연구기획부장
2011.11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분과장
2011.03~2012.02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운영지원실장
2010.12~2012.09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보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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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재문 박사 “여행은 겸손을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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