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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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생기를 불어 넣고 싶어요

▲ Iggy's Garden 에 전시된 작품
▲ 최승익 씨의 작품 '컵'

최근 젊은 작가의 세라믹 작품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재미작가 최승익(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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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lggy’s Garden전은 최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오시는 분들이 재밌어 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표현했다며 좋아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홍콩에서 오셨다는 교수님은 제 조각품을 보시더니 즉석에서 연주를 해 주셨어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응 이었는데 저한테는 무척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최승익 작가는 시카고에 있는
SAIC(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를 지난해 졸업했다. 졸업전 학교에서 선발된 15명이 1년 동안 작품을 준비해 밀라노 로사나올란디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인 최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 때 전시한 작품은 ‘Dear You’라는 제목으로 흙을 소재로 종이와 두루마리, 서류봉투 느낌을 표현했어요.”

▲ 졸업작품전에 출품되었던 'Dear You' 중 하나.


최 작가는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해 자신이 추구해 온 ART와 실용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 중에 불편한 것들이 많아요. 저는 그것을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할 수 있을까? 저것은 왜 불편할까? 거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죠.”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일상의 문제점에서 찾는다
.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된 이유에 천착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새로운 것을 얻는다. 그의 작품은 여기서 시작된다.

다소 철학적인 사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때 기쁘다고 말한다
.

저는 흙을 좋아해요. 작품들도 세라믹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어떤 경계를 두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제 작품에는 실용적인 작품도 있고 완전히 추상적인 작품, 예술성이 강조된 작품이 있어요.”

그의 설명처럼 이번 개인전에는 컵
, 모빌, 조각이 고유의 영역을 확보한 채 공존하고 있다.


먼저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오른쪽 벽 선반 위에 놓인 많은 컵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컵들은 다시 RL이란 글씨로 나누어져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제가 만든 컵은 사용자의 손에 맞춘 컵이에요. , 각자 손의 모양에 따라서 자신한테 맞는 컵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왼손잡이용 컵과 오른손잡이용 컵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손의 크기도 얼굴만큼 각양각색이잖아요. 그래서 각자의 손에 맞는 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의 작품
은 보통 컵과는 다르다. 손잡이 부분이 독특하다. 컵을 쥘 때 안정감을 최대화 하기 위해 일부러 손잡이 하나를 더 만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건조시킬 때도 바람이 잘 통하라고 손잡이 부분이 입구쪽을 살짝 띄우면서 지지한다.

실용성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 컵을 지나가면 이번엔 화분이 나온다. 화분 위에 받침이 있고 상단에 컵이 있다.

이 작품은 차를 마시고 남은 물을 화분에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화분과 찻잔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죠.”

그에게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았다
.

컵 같은 경우는 2주 정도 걸렸고 안쪽에 있는 ‘Strange Fruit’은 약 두 달 정도 필요했어요.”흙을 건조시키는데 1달이 걸리고 굽는 작업만 1주일이 걸리니 2개월도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나라마다 흙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흙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흙을 사용하면 좋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경기도 이천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천에 있는 백토를 사용했는데 접착성이 미국흙보다 떨어져서 고생을 좀 했어요. 건조시키는 시간도 길고 물로 접착 후에 마를때까지 돌려가면서 봐야하고 아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었죠.”

1210
도에서 1240도 사이에서 구워져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온도와의 싸움이었다는 그는 흙이 한쪽만 구워지면 안되기때문에 아주 천천히 말리고 조심스럽게 다루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마치 빵을 굽는 것 같아요. 한쪽만 가열하면 타버리거나 터져버리죠. 두께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서 구워야 하고 전체적으로 돌려가면서 천천히 굽는 게 중요합니다.”

최 작가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정착했을 때 처음엔 외모나 피부색 때문에 이방인 같은 대접을 받았는데 그 때 빌리 홀리데이
(전설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Billie Holiday, 1915~1959) 의 역사적인 곡 ‘Strange Fruit‘을 들으면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전설적인 가수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재즈 가수임을 알았고 자신도 작품을 통해 그렇게 되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저의 작품들을 세계와 연결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제가 만든 작품을 사용하고 때론 감상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전했다
.

컬비 한국총판 사장님인 어머니의 지원도 컸지만 3일 밤을 세워가며 함께 전시회를 준비해 준 아버지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어요.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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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lggy’s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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