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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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한 눈빛의 남녀, 둘의 사랑은 스스로를 베어가듯



1992년 개봉한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세계 최초로 한국서 개봉한다.

당시 금기였던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남자, 또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버지를 동시에 사랑함으로써 두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영화 데미지를 소개하는 가장 강렬한 어구였다.

▲ 영화속 스티븐으로 분한 '제레미 아이언스'
▲ 아들의 연인으로 나온 안나 '줄리엣 비노쉬'

10년이 지난 지금, 무삭제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본 두 남녀의 사랑, 그 강렬한 끌림. ‘아무리 갈증이 나도 바닷물은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난자들은 한 모금의 해갈을 위해 짜디 짠 소금물을 마셔버린다. 이 처럼 비극의 종말을 알면서도 서로를 갈구하는 남녀의 사랑은 세월이 무색하게 관객을 끌어당긴다.

둘의 첫 만남, 아들의 연인임을 밝히는 안나(줄리엣 비노쉬)의 말을 들으며 눈으로는 그녀의 모습 하나하나를 가슴속에 새기는 남자 스티븐(제레미 아이언스). 안나 역시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을 얼굴에서부터 터럭하나라도 좇아가는 눈길. 이 순간적인 만남에서부터 그들은 강렬한 끌림으로 서로를 찾는다. 아들도, 아내도, 가정도, 명예도 모두 그 순간과 바꿀 수 있는 가치는 없는 것처럼.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10년 전에 봤을 때는, ‘열정적’이란 느낌이 강했다. 나이든 지금 화면 속에서 본 두 남녀의 러브신은 ‘남녀가 한 호흡으로 누드 발레를 추는 것처럼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른 만큼 영화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변하나 보다.

이 파괴적인 사랑에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슬픔을 내재한 처연한 눈빛으로 비극을 감내하는 스티븐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 그는 비극적인 사랑의 단골 주인공으로 데미지 외 ‘M 버터플라이’, ‘로리타’ 등에서도 열연한 바 있다.

데미지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는 신사의 품격 있는 패션. 영국 국회에서 장관으로 활동하는 스티븐. 이 역할의 제레미 아이언스가 입고 나오는 수트 맵시를 보노라면 군더더기 없이 탄력적인 몸을 감싼 더블 수트의 완벽한 디테일을 볼 수 있다.

발레리노로 활동하면서 다져진 탄탄한 몸매가 더블 수트, 레저 웨어, 프록 코트의 라인을 지금봐도 전혀 어색함 없이 엣지있게 살리고 있다.

영화 데미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든 풍랑이 잦아들고, 가정과 일, 명예에서 멀어져 버린 남자가 아들, 아들의 연인, 그리고 자신 세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보는 장면이다. 한 장소, 같은 시간에 담겨 있는 세 인물의 시선. 아들은 그의 연인을 보고, 여자는 정면을 보고,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그 남자는 아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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