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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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정 중앙, 세계의 배꼽,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 이 모든 것은 앨리스스프링스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에어즈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제 호주 여행이 진정한 절정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도시에서 겪지 못했던 장관과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아직 나는 호주의 작은 도시 애들레이드에 멈춰있다. 아, 사실은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오펄 드림’을 떠올렸던 쿠퍼페디도 지나왔다. 이제 앨리스스프링스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이 긴 버스여정동안 기분이 이상했다. 무언가 낯설고 딱 잡아 표현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내가 이런 기분이 들 때는 의외로 간단한 이유가 있다. 바로 냄새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나는 나의 후각이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기존에 맡던 냄새가 아니고, 또 그 새로운 냄새가 그리 유쾌하지 않을 때 신경이 항상 곤두서곤 한다. 뭐지? 무엇이지? 창문이라곤 없다. 그러면 이 많은 여행객 중 누군가의 냄새? 하지만 데오드랑트같은 약품으로도 잘 숨겨지지 않는 각 국 나라의 여행자의 땀내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새로운 냄새가 아니란 말. 그렇다면 …….

이미 살짝은 미간을 찌그러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의 궁금증은 해결되지 못하고, 마지막 휴식을 위해서 버스가 휴게소에 섰다. 삼삼오오 짝지어진 여행객들이 버스 주변들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한 무리에 시선이 멈추었다. 너무도 낯선 그들의 외형 때문이기도 했고, 아까 그 기분의 답을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풍선을 들고 있는 아이


아프리칸 아메리칸 보다 더욱 검붉은 피부색에, 눈썹의 뼈가 솟아있어 특유의 얼굴인상이 있다. 나는 즉각적으로 떠나오기 전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렸다. 호주의 원주민인 애버리진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실 애버리진을 처음 보는 상황은 아니었다. 시드니나 맬버른 같은 거대한 도시의 번화가에는 애버리진들의 악기를 연주하는 구걸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에게도 토착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꽤나 윗세대에서 이미 애버리진이 아닌 사람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애버리진의 외형적 특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호주 가장자리에서 점점 아웃백으로, 그리고 에어즈락을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외형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그들을 마주할 수 있다.

나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기에 실례가 됨에도, 계속 그들에게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다른 여러 원주민들을 보기도 했지만, 무언가 (이것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조금 특별한 외형을 하고, 영어티셔츠를 걸친 그들이 모습이) 묘했다.


아웃백 투어를 하기 전에 우린 애버리진에 대해서 이야기해야한다. 충격적이게도 호주의 학생들은 애버리진에 대하여 우리의 기대만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웃백 지역의 많은 관광지들은 애버리진의 문화와 환경을 상품화 해놓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현 정부의 애버리진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호주인 들의 말이다. 하지만 아픈 역사에 대해서 솔직해지는 것은 큰 위험이 따르는 것일까. 그들 주위에 좀처럼 가지 않는 나를 포함한 여행객들과 호주인들의 광경을 보자 복잡한 마음에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한다.


▲ 하늘로 날아간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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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⑤강혜진의 앨리스 스프링스-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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