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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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메콩강

여러 가지 일이 많았던 하루였다. 오전에는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었고 오후에는 뜻밖에 인연을 만나 오랜만에 여행의 회포를 풀었으니, 힘들면서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밤이 깊어 지닌 게스트하우스에는 별빛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쩜 그렇게도 하늘이 맑은지 밤하늘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때였다. 내 옆방에 투숙 중이던 프랑스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깜작 놀라 그에게로 가보니... 맙소사 엄청난 수의 술병이 땅바닥에 너부러져 있었고 그는 얼굴을 붉게 한 체 술주정을 하고 있었다. 반 나체로 프랑스말을 내뱉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지 않았다. 남의 나라에 와서 어쩜 저렇게 술주정을 부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를 대하는 라오스인들의 태도였다. 아마 나 같았다면 그를 쫓아내거나 경고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라오스인들은 그에게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고 그가 시키는 잔심부름을 꾸역 꾸역 다하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고 보기에는 너무 정도가 지나친 상황이었다. 마치 프랑스인이 하인을 부리는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자는 모두 대한민국 외교관

▲ 라오스다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아름다운 길...

그때 잠시 전 동희 형이 한 말이 떠올랐다. “라오스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어.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나라가 일본에 반감을 가지는 것과는 달리 라오스는 프랑스를 더욱 떠받들어 주지. 그건 아마도 프랑스가 실현한 고도의 식민 지배방식 때문일거야”... 동희형 말에 따르면 오랫동안 다른 나라를 식민지배 해온 프랑스는 그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라오스를 서서히 지배해 갔단다. 우리나라를 통해 식민지배를 처음 해봤던 일본과는 다르게 고도로 발전된 식민 지배를 펼쳤고 그 결과 라오스인들은 아직도 프랑스에 대한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비록 동희 형과의 대화에서 나온 다소 근거없는 말이긴 했지만... 술주정 부리는 프랑스인과 그를 아무말 없이 보필하는 라오스인들의 모습이 내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쉽게 잠이 들지 않는 밤이었다. 내일 일찍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위해선 푹 자 두어야 하는데....

나는 라오스에 대해 좀더 깊숙이 알아가고 있었다


▲ 이 흙길을 지나며 참빠삭과 이별했다

다행히도 아침 일찍 절로 눈이 떠졌다. 본격적인 이동에 앞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해 산책을 하며 정신도 차리고 샤워로 몸도 깨끗이 했다. 짐을 챙겨 게스트 하우스 입구로 나가니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저씨가 미리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타고 갈 버스를 잡아주기 위해서였다. 이틀 동안 너무나도 친절하게 챙겨주시고 음식도 맛있게 해주신 주인아저씨가 너무 고마웠다. 더구나 숙박비도 저렴하게 깎아 주셔서 내 부담도 덜어주셨다. 게스트하우스의 착한 견공들도 내가 탈 버스가 오기를 같이 기다려 주었다. 내 옆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데 신기할 다름이었다. 그런데 버스 도착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버스가 오질 않았다. 초조하게 하게 변해가는 내 얼굴을 눈치 첸 아저씨는 급하게 이웃사람들에게 버스를 행방을 물어보셨다. 그리고 얼마뒤 내게 부정적인 소식을 건네셨다. “여긴 시골이라 가끔 버스가 그냥 마을을 지나쳐서 가버리는 경우도 있어. 아마도 오늘이 그 경우인 것 같아.” 심각한 상황이 닥쳤다. 이제 겨우 6일 남은 내 여행에서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기엔 너무 아까웠다. 더구나 내일도 버스가 오리라곤 장담 할 수 없었다. 난 대책없이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아저씨가 오토바이로 페리를 탈 수 있는 곳 까지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셨다. 버스 대신 페리를 탄다면 다음 도시까지 나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페리를 타는 곳까지도 오토바이로 20분가량 가야 하므로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데려다 주신다는 아저씨가 너무 고마웠다.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나는 무사히 페리 선착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아저씨는 마지막까지 큰 함박웃음으로 나를 배웅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참빠삭을 벗어나고 있었다.

안녕 참빠삭, 그리고 다시 떠나는 여행

▲ 드디어 도착한 페리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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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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