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 전체메뉴보기
 
[트래블아이=강혜진]  지금 당신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호주의 수도가 어디야?” 그가 3초간 망설인다면 그는 70%의 사람이다. 30%의 사람만이 “캔버라” 라고 힘주어 말할 것이다.     

이게 다 호주의 큰 도시를 떠올리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하얀 곡선의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모두의 입에 붙어있는 시드니라는 도시의 환영 때문이다. 시드니는 호주의 정신적 중심이자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다. 실재 수도인 캔버라보다 훨씬 더 ‘수도적인 이미지의 도시’ 맞다.   

2018083123.jpg▲ 시드니 스카이라인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눈을 감고 조용히 단어들을 곱씹어서 나열 해본다. 시드니를 수식할 만한 단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시드니는 처음과 마지막에 위치한다. 40일의 간극을 가진 같은 도시가 얼마나 다르게 수식될 지 나조차도 궁금하다. 검은 밤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다음도시 멜버른으로 가고 있다. 8시간 동안 시드니의 편린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셔츠에 레깅스를 신고 서울을 떠나왔는데 시드니 공항엔 찬 기운이 가득하다.   

20180.png▲ ▲ 영화 뮤리엘의 웨딩(1994) : 감독 P.J.호건 주연 토니콜렛
 

아니 분명 호주에는 겨울이 없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 무서운 공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캐리어를 찾자마자 가죽재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는 차가운 아침 시드니의 공기 한 모금을 가득 마셨다. 구름 없이 맑은 하늘에 날숨을 내뱉자 한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가 떠오른다. “Sydney, City of Brides" 대표적인 호주출신배우 토니콜렛 주연의 영화 ‘뮤리엘의 웨딩’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 못생기고 매력 없는 뮤리엘에게 시드니는 본래의 루저같은 자신을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래서 그토록 원하던 신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도시이다.     

뮤리엘처럼 ‘신부’가 되고 싶진 않지만 시드니는 나에게도 분명 강렬한 희망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오랜만에 타지 체험에 더군다나 가늠하기 힘든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는 도시의 생경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이곳을 어서 조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처럼 해보지 않았던 씨티사이트싱 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버브리지1.jpg▲ 하버브릿지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버스에는 기사와 나 밖에 없다. 
"How could you define Sydney to me?" 
아마도 이민 2, 3세대일 유색인종의 버스기사는 나에게 말한다.  
“Sydney is, the city you can be what you want to be"     
차창 밖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선착장 중 하나인 시드니의 중심 업무 지역 '달링하버'가 펼쳐졌다.   잿빛 컨벤션 건물들과 어우러진 선착장의 고요한 풍경이 웅장하고 정갈하다. “That's...so great." 시드니의 씨티싸이트싱 버스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시드니 중심부를 다니는 RED line과 본다이 쪽을 가는 BLUE line.   Red line에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가득하다. 
4788.jpg
 
2247.png▲ 센트럴파크
 
우선 90여분에 걸쳐 한 바퀴를 돌고 구미가 당기는 지역에 내려서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좋다. 오페라 하우스를 볼 수 있는 서큘러 키가 가장 유명한 관광 포인트이다.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다. 시드니는 하버브릿지다.’ 사실 수많은 명소들만으로 시드니를 수식하기 충분하다.     
sydney-op.jpg▲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city station 구간에서 Blue line 으로 갈아탔다. 본다이는 시드니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도시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이 해변도시는 상당한 규모의 고급빌라들이 즐비해있다.   테라스에는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주스를 마시면서 태닝을 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질감의 경험”이다.  시드니가 나에게 줬던 가장 큰 이질적인, 이국적인 이미지는 바로 “안락함”이다. 서울에서는 이와 같은 무아지경에 이르는 편안함의 장면을 목격하기 힘들다.   

꼭 값비싼 집과 펜션에서만의 안식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센트럴 파크, 오페라하우스부근, 록스 광장,   심지어 거대한 쇼핑센터 퀸 빅토리아 빌딩에서도 시드니는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있거나 걸어 다니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 누구도 좀처럼 서두르지 않고, 밀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시드니의 무드. 드디어 첫 번째 수식어를 정했다 ! 안락함.     

4시간째 달리던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다. 너무 달아서 나에겐 둘도 없는 호주의 국민과자 TIM TAM과 따뜻한 라테를 샀다. 차가운 밤에 버스 라이트 근처에서 나의 라떼 연기와 다른 승객들의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고 있었다. 이쯤오니 다시 뮤리엘이 떠오른다. 개봉당시 이 영화는 기존의 로맨틱코미디와는 다른 감정과 캐릭터, 스토리라인으로 독보적인 영화로 평가되었다.    
142102.png▲ Queen Victoria Building 쇼핑센터
 
영화감독 호건은 젊은 여성의 삶에서 완전무결한 환상과 불현듯 엄습하는 음침한 몰락 사이의 간극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스산한 기운이 우리를 더 웃게 하고 울게 한다. 

내가 선별한 첫 번째 수식어는 더할 나위 없이 영롱한 ‘안락함’이라는 단어이지만, 물론 그 극에 가까운 단어들도 이질감 없이 이 도시를 수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수식하고 기억하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시드니 역시 독보적인 도시이다. 멜버른 까지 몇 시간이 남았을까?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호주]강혜진의 시드니를 수식하는 방법②...안락함이 주는 이질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