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 전체메뉴보기
 

   
'커피꼬모' 구대회 대표.
광흥창역에서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골목에 '커피꼬모'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밖에는 작은 테라스의 카페테리아(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지 않아도 주문하면 직접 갖다 준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커피 꼬모'를 본 손님이라면 이 곳의 주인은 여성이거나 최소한 여성스러운 감성을 가진 남성일 것이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눈치챘겠지만 오늘 인터뷰어는 여행과 커피에 빠진 남성이다.
 
마침 테라스에 앉아있던 고고아프리카의 황수진 팀장이 인사를 하며 건장한 체격의 구대회 대표를 소개했다.
 
짧은 머리와 구리빛(?)피부가 첫 눈에도 건강해 보였다.
 
 
 
 
 
 
"커피기행 통해 세계를 배워요"
'반갑습니다. 세계일주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몇 개국이나 여행을 하셨나요?'
 
자리에 앉자마자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시작은 2005년 9월부터입니다. 22개월 동안 총 53개국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이 비교적 늦은 편이다. 무슨 이유로 여행을 시작한 것일까? 그것도 2년이 안되는 시간에 53개국이나 돌아다녔다면 분명 뭔가에 꽂힌 게 틀림없다. 한마디로 필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동생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동생을 보면서 무척 힘들었죠. 다해히 동생은 회복되었고 건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생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었어요. 더 이상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각오 같은 게 생긴거죠."
 
그 각오는 구 대표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는 2005년 9월 배낭을 매고 평범한 회사원에서 커피에 미친 여행자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 전까지는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었어요. 한국타이어와 시설 투자자문회사에서 홍보실, 비서실 근무를 하느라 접대의 연속이었거든요. 물론 돈은 많이 벌었지만 몸은 제 몸이 아니었죠."
 
구 대표는 인생이 바뀌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회사의 엘리트 사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경제적인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하면서 돈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커피꼬모'를 생각했는지 몰라요."
 
커피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하늘을 찌를만큼 높다. 회사생활을 할 때도 커피를 좋아했던 그는 여행을 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리라 마음 먹는다.
 
"아시아, 북미, 중미, 남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 커피 농장을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행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커피농장과 도시의 커피숍 찾는데 써버리곤 해요. 덕분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커피숍과 커피농장도 제 손안에 있답니다. (웃음)"
 
그는 커피를 보고 마시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직접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고 라이선스를 땄다. "바리스타가 되었지만 그쪽에 비중을 두긴 싫어요. 커피숍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것은 과정일 뿐이죠. 저의 목표는 전세계 커피농장을 방문하고 가장 좋은 커피를 알리는 일이에요. 어쩌면 제가 최고의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의 주인이 될지 모르잖아요.(웃음)"
 
회사원이 아닌 진짜 여행자를 만났으니 여행얘기를 해야겠다. 53개국이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정말 그 전에는 여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인가 궁금했다.
 
"사실 고1때 보충학습기간에 전국일주를 했어요. 어느 날 교실 안에 갇혀있다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고 지금 이 시간 보다 전국을 여행하면서 훨씬 많은 것을 얻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결국 아버지를 설득해서 선생님의 허락까지 받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국일주를 했어요. 그 때 얻은 것은 교과서에서 얻을 수 없는 전부를 얻은 것입니다.”
 
그랬다. 그의 내면에는 끊임없이 분출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승진을 하면서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인정도 받았지만 꿈틀거리는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동생의 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사실이지만 불씨는 그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빈번한 술자리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접대의 연속 등이 저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죠. 그러다 마음속 결심을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여행은 견문을 넓히는 교재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창이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여행자가 된 구 대표의 세계일주이야기와 여행스타일 등에 대해 들어보자.
“제가 여행하는 스타일은 돈을 모아서 계획하고 다녀오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원칙을 어긴 적이 없어요. 여행을 하면서 누리는 자유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방종이니까 자기컨트롤이 필요합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될 거에요. 외국여행객이 우리나라에서 자유를 부르짖으며 마음대로 행동하고 다니면 우리들이 좋아할까요?”
 
구 대표는 세계일주를 하기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철저히 배낭여행을 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는 기본이고 강도 높은 트래킹을 위해 체력단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알바(?)도 열심히 했다.
 
“제가 다른 여행자와 달리 일정 내에 가능한 많은 곳을 보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강행군을 하게 되더군요. 당연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었고 그래서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라 위험한 일도 제법 있었을텐데 그중 하나만 들어보았다.
“홍해에서 생긴 일입니다. 건너편에 있는 미녀들을 보고 수영을 무리하게 해서 죽을 뻔한 일이 있었어요. 수영엔 자신이 있는 편이라 그 날도 자신 있게 한국남자의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 홍해에 뛰어들었는데 너무 오버한 탓인지 중간에 쥐가 났어요. 도저히 수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덜컥 겁이 나더군요. 허우적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외쳤어요. 다행히 건너편에서 스쿠버가 쏜살같이 날아와서 저를 구해줬습니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자신을 죽음에 몰아넣은 미녀들의 아버지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홍해의 물이 그렇게 차가운지 몰랐어요. 게다가 비키니차림의 늘씬한 미녀들이 보고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오버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구해준 스쿠버가 그녀들의 아버지였던 것이죠. 그것도 영화 <그랑블루>에 나오는 잠수부처럼 올림픽메달리스트였어요. 그가 동양의 기호흡을 통해 심해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신기했습니다. 저를 치료한 것도 일종의 기(氣)치료 였어요.”
 
“인도네시아 커피농장 커피 마니아라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에요!”
그동안 구 대표는 세계일주를 하면서 중남미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 아시아 베트남, 라오스 / 아프리카 탄자니아 케냐 등 많은 커피농장들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 중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일까?
 
“인도네시아 커피농장만큼 커피의 생산과 가공과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농장이 없어요. 현대화시설도 잘 갖춰져 있구요.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이 둘러보기에 이만한 곳이 없는데 개인이 가기엔 비용과 접선이 쉽지 않아 제가 커피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구 대표처럼 커피에 빠진 분이나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사람들 그리고 커피향을 너무나 좋아해 스스로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분 그밖에 커피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커피농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구 대표의 커피투어 프로그램과 함께라면 분명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다.
 
테라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퇴근하는 동네사람들이 모두 그를 알아보며 인사를 해서인지 여기가 이 동네의 사랑방은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인사와 찾아오는 손님으로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지만 그와의 만남은 알찼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었다.
“다음 세계 일주는 제 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여행을 통해 제가 배우고 느낀 것을 아들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22개월 동안 53개국 여행한 구대회 대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