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 전체메뉴보기
 

 

   

폰디체리의 석양이 지는 바닷가

인도의 폰디체리(푸두체리, Puducherry)는 가이드북의 문구가 마음에 들어 여행지로 결정한 곳입니다. 물론 여행자의 과도한 설레임과 그로 인한 호기심은 누군가의 '좋았다' 는 말 한마디에도 크게 부풀어 버린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러한 말이 딱 절반만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폰디체리행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본 폰디체리는 그런 말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나 깨끗하고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쓰레기와 소들이 많지 않은 거리풍경과 석양이 지는 바다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그걸 보기 위해 모여든 연인들과 관광객들조차 그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 양 잘 어울려 더욱 좋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노란색으로 칠해진 2, 3층 높이의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해를 받으며 아침이면 교복을 입고 머리를 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북인도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풍경만 저를 사로 잡은 건 아니었습니다.

   

빵집에 진열된 각종 케이크

바로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폰디체리의 음식입니다. 제가 인도음식을 아무리 좋아한다 하더라도 남의 나라 음식인지라 그걸 매일 먹게 되니 한국음식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폰디체리에는 케이크, 피자, 파스타 등 매일 다른 메뉴를 골라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먹고, 사람들 구경하고 하다 보니 편하고 좋기는 했지만 좀 지루해지기 시작하던 차, 길가를 어슬렁거리다가 포스터를 한 장 발견했습니다. 

인도 특히, 북인도는 미국 헐리우드 만큼이나 많은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봄베이와 미국 헐리우드를 조합해 그들의 영화산업을 볼리우드라 부르기도 합니다, 

인도 특유의 춤과 노래를 곁들인 그들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종종 봤던 볼리우드 영화는 아니지만 남인도의 영화는 어떨까 궁금해졌습니다.

   

벽에 붙은 남인도 인기 영화 배우 라즈니 칸트의 그림(우리나라에서는 춤추는 무뚜로 알려진 배우임)

그래서 찾아간 극장에서 제가 본 남인도 영화는 Boss engira Baskaran(보스 Baskaran) 였습니다. 볼리우드 영화 보다는 액션이 강조되는데 그게 좀 투박하다고 해야 할지, 선이 굵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들의 과장된 액션을 보면 꼭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알지 못해도 쉽게 이해될 정도로 영화 내용도 하나같이 권선징악적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러 간 때는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족 단위의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더군요. 그들은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몰입해 울고 웃고 소리 지릅니다.

전 그들의 모습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생각되었습니다.   대체 왜 인도인들은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인도 영화 한편의 상영시간은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합하면 거의 3시간이 넘어갑니다. 영화 한편을 보기위해 아침부터 준비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거의 하루가 지나갈 겁니다. 그러나 별다른 오락거리 라는게 없는 그곳에서 싼 가격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온 가족이 부담 없고 재미있게 나들이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본다면 바로 극장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내용은 또 어떻구요.

고층 아파트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돈 많은 남녀 주인공들은 관객의 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신나는 춤으로 그들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것도 인도가 아닌 한번 가보기도 어려운 여러 나라에 삽니다. 자신들의 삶과 동떨어진 영화의 모습은 환상이겠지만, 예쁜 배우들과 그런 모습을 보며 울고 웃으며 고된 현실을 잠시나마 잊는 것은 아닐까요?  

   
 
오랜만에 영화 한편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주 운이 좋게도 영화 촬영하는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여주인공은 마치 ‘나는 스타다’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대사의미를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매우 안타깝게 어색한 연기였습니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손금옥의 두 번째 행복한 인도여행기 (4)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