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 전체메뉴보기
 

   
크메르 왕조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이 ‘왓 푸(WAT PU)’ 입구에 드디어 도착했다. 자전거로 꼬박 50여분을 달리느라 땀을 많이 흘려 이미 살짝 맛이 가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나는 ‘왓 푸’가 그냥 거대한 사원인줄 알았다.

   
그래서 이제 '왓 푸' 입구에 도착했으니 그냥 편안히 구경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티켓 부스에 있던 관리원이 ‘왓 푸’는 이 넓은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왓 푸’의 핵심장소인 사원은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절의산 중턱에 있단다.  

이게 웬말인가! 이 큰 산을 올라야 한다니... 더구나 절의산 입구조차도 티켓 부스로부터 약 10분은 걸어야 하는 곳에 있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 인생에 한번밖에 없을 라오스 최고의 문화유산 ‘왓 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끝을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으려는데 관리원이 활짝 웃으며 자전거 반입 금지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기운이 쭉 빠진다. 결국 자전거를 관리소에 맡기고 우직하게 걸어가기로 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정말 그림보다도 더 예쁜 자연광경들 때문에 눈은 호강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티켓 부스에서 출발한지 10분이 흘렀는데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비록 해는 중천에 떠있었지만 왠지 무서운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니 장엄한 자연과 크메르 건축물만 있을 뿐 그 흔한 소 한 마리조차 없었다.

혼자만 있다는 두려움에 몸이 약간 움츠려 들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내 발걸음은 계속 ‘왓 푸’를 향하고 있었다. 솔직히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이런 두려움에 워낙 단련이 되다보니 이제 웬만한 두려움에는 무감각해 진 것 같다. 어쩌면 머리는 여전히 두려워 하지만 몸이 그걸 인지 못할 정도로 지쳐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렇게 이 거대한 문화유산을 혼자 탐험하고 있으니 마치 고대 문물을 발굴하러 탐험을 하는 인디아나 존슨이 된 느낌이었다.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고생이란 경험을 해야 한다

   
그나저나 왓 푸는 정말 대단했다. 절의산 중턱에 있는 사원을 가는 길에도 크메르 왕조의 위대함이 묻어났다.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 십톤은 돼 보이는 거대한 돌덩이들은 인위적으로 옮기고 또 한 거기에 이렇게 세밀한 조작을 세겨 넣다니... ‘왓 푸’에 있는 동안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사원으로 가는 돌계단을 하나하나 밞으며 올라 갈수록 점점 더 설레 갔다. 과연 이 돌계단의 끝에 크메르인이 남긴 어떤 예술작품이 있을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렇게 한참 돌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저 멀리에 한 사람이 새빨간 옷을 입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무서워 졌다. 약 30미터 정도 새빨간 옷을 입고 서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잘 구분이 안 갔다. 내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지만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놀란 내 가슴을 쓰러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빨간색 천을 입혀 놓은 것 부처님 석상이 이었다. 하필 새빨간 천을 두르고 있어 더욱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내 자신이 한심해 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얼마 후 드디어 사원이 있는 절의 산 중턱에 조착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할머니들과 손녀로 보이는 한 아가씨가 사원에 바칠 꽃을 팔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인지라 반가웠다.  

   
 
그녀들도 외국인인 나를 보자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특히 19살짜리가 혼자 이곳에 왔다고 하자 더욱 정겹게 맞아 주셨다. 나는 한 할머니에게 꽃을 샀고 그 할머니는 꽃과 함께 내 손목에 명주실로 만든 팔찌를 묶어 주셨다. 이는 장수하고 복 받으라는 의미란다. 그렇게 나는 돌로 만들어진 사원에서 부처님께 인사를 했다. 나는 무교이지만 부처님을 보니 절로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여행 더욱 재밌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세요. 부처님” 

가슴으로 대자연을 느끼던 순간, 생애 처음 대자연과 소통했다 

사원이 있는 절의산 중턱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정말 최고였다. 그 드넓은 초원에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위대한 자연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꽉 막혀있던 내 가슴과 정신을 싹 청소해 주었다. 정말 바람의 아들이 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바람이 되어 날아 갈 수 있을 만큼 가벼웠고 또 자유로웠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이 대자연이 모두 내 것인 것만 같았다.  

그 옛날 크메르인들도 이곳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원에서 산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니 예상치도 못했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런 길도 없이 무작정 들어간 숲에서 코끼리가 세겨진 거대한 바위를 찾은 것이다.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그 후에도 울창한 숲속에 가려져 있던 여러 가지의 석상들을 발견하고 혼자 좋아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 이제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분은 너무 좋았지만 내 몸이 너무 많이 지쳐있었으므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려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데... 너무 막막하다. 

이제 다음 여행을 위해서 발걸음을 돌린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11)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