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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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 본 타지마할의 전경.

 ‘이러다 무슨 일 나는 게 아냐’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타지마할을 꼭 봐야 한다’는 생각과 ‘이렇게까지 봐야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갈등하는 동안 내가 움직이지 않자 군인이 힘으로 밀어내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오기가 발동한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반드시 타지마할을 봐야겠다는 결심이 동시에 생긴 것이다.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오고 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와 군인을 주시했다. 나는 계속해서 가방과 보관증을 보여주면서 들여보내달라고 했고 군인은 뒤로 가서 줄을 서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좀처럼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쯤 버텼을까? 군인의 상관으로 보이는 장교가 다가오더니 웃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내가 자초지종을 대강 설명하자 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색대 뒤에 서라고 한다.
 
‘검색은 했는데 또 검색대에 서라니’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장교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젓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결국 나는 검색대 뒤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린 후 처음처럼 가방을 열고 하나씩 바닥에 물건들을 꺼내놓았다. 군인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검색대를 통과하자 해가 이미 떨어져서 주위는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사물을 보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았다. 취재할 때 쓸 에너지를 검색대에서 다 쏟아버려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타지마할을 보게 된다는 설렘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기에 빠른 걸음으로 타지마할을 향해 갔다.
 
검색대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지 흰대리석 돔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타지마할이라고 적힌 간판을 지나니 정문이 나왔고 그곳을 통과하자 눈앞에 익숙한 건물이 다가왔다. 긴 수로가 끝나는 지점에 우뚝 세워진 세 개의 돔을 가진 타지마할은 무덤이라기보다 궁전에 가까웠다. '정말 아름다운 흰색 궁전이구나'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새어 나왔다. 
   

지난 1983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란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타지마할은 누구나 반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공간배치의 극한 아름다움이라고 할만큼 타지마할은 완벽한 좌우대칭 구조다. 연못과 수로 그리고 정원 모두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샤 자한이 왕비 무무타즈 마할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무덤이기에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느껴져야 할 텐데 그보다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가깝다. 비록 후세에 건축광이라고 불리지만 샤 자한은 당대 최고의 로맨티스트였음이 분명하다. 그는 결국 아들에 의해 아그라성에 유폐되었지만 왕비에 대한 사랑은 제국과 맞바꿀 만큼 강력했다. 그래서 타지마할 맞은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묘를 세우고 이 둘을 연결할 다리까지 계획했다고 한다. 타지마할의 돔이 석양에 반사되면서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하자 흰색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마치 커다란 진주알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래서였을까? 아시아의 가장 큰 진주라고 불리는 이유가. 만약 진짜라면 아시아가 아닌 지구상에서 가장 큰 진주일 것이다. 

   
포토존에서 바라 본 타지마할의 모습.
어둠이 내릴수록 더욱 아름답게 변하는 타지마할을 보면서 한편 샤 자한의 꿈을 완성시키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노예들과 천민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죽음은 누가 기억해 줄까? 그리고 샤자한은 타지마할이 완성된 후 동원된 모든 설계사와 건축가, 기술자들의 눈을 멀게 했다고 한다. 그들이 타지마할 같은 건축물을 다시는 짓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다는데 전설같은 얘기지만 직접 타지마할을 보니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이 부족했지만 타지마할을 향해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돌아보니 인도할아버지가 나에게 따라 오라고 한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따라가 보니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타지마할을 가리키며 ‘여기가 바로 포토존이야’라고 설명한다.
할아버지가 서 있는 곳에서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타지마할을 보니 제법 분위기 있는 모습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그가 손을 내밀며 ‘피프티 루피’를 외친다. ‘헉’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포토존을 알려주면서 50루피를 챙긴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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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풍경과 상상의 부스러기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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