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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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길을 따라 쭉가면 '왓 푸'가 나온다.
라오스의 시골 마을 참빠삭에 많은 수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내가 참빠삭에 있을때도 외국인이라고는 한 4-5명 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적은 수라고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참빠삭에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크메르 왕조 때 지어진 거대한 사원인 ‘왓 푸’ 때문이다.

사실 난 ‘왓 푸’에 대하여 잘 모른다. 그래도 참빠삭에 왔으면 ‘왓 푸’를 봐야 한다는 게스트하우스의 너털웃음 주인 아저씨의 말 한마디가 팔랑귀인 나를 너무나도 쉽게 움직여 버렸다. ‘왓 푸’로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간다. 그러나 아쉽게도 난 오토바이 면허증도 없고 생전에 직접 운전해본적도 거의 없다. 즉, 탈 줄 모른다. 그래서 난 자전거를 빌려타고 가기로 했다.(이게 또 비극의 시작이된다.)

주인 아저씨 말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약 50분 걸린다고 하더라. “걸어서 50분 정도 걸리면 자전거로는 한 15분이면 ‘왓 푸’에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나는 물 한병도 챙기지 않은 채로 무작정 자전거 페달을 밞았다. 다행이도(?) 빡세에서 부서진 아이폰이 유일하게 MP3기능만은 제대로 작동되어서 신나는 음악을 들이며 신나게 참빠삭의 푸른 하늘길을 달렸다. 그런데 어라... 20분을 넘게 가도 거대 사원 ‘왓 푸’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생각도 없이 한낮에 길을 나서서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에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아까부터 사람이 보이지 않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아마 이곳 사람들은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한 낮에는 야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했다.) 그때 불연듯 내 머리에 스치는 생각하나가 있었으니... “음.. ‘왓 푸’로 떠나기 전 주인 아저씨가 50분 걸린다고 한 말은 아마 자전거로 50분 걸린다는 것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것이다. 헉! 망했다... 물도 없고 열사병에 걸리기 직전이고 아직 ‘왓 푸’에 가려면 30분을 더 달려야 하고... 그러나 대한민국 사나이인 내가 여기서 자전거를 돌릴 수는 없었다. 죽이되던 밥이되건 무조건 전진 ‘왓 푸’로 가는 죽음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여름철 남부 라오스의 살인적인 더위에 맞서 싸우다

   
뭘하는 곳인지는모르겠지만... 돌담이 제주도를 연상시켜서 한컷 찰깍!

 

   
"오 신이시어!" 이곳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자전거 페달을 밞는 단위 시간당 횟수는 극격하게 줄어들었다. 거의 걸어가는 속도와 맞 먹는다. 내가 워낙 더위에 약한 체질인데 왜 하필 남부 라오스에 와서 이 고생을 하는지...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나란 놈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아이폰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도 이젠 더 이상 흥겹지 않다.

내겐 신나는 음악보다도 한 모금의 물이 필요하다. 그때 “오 신이시여!!!” 저 멀리서 음식가게가 보인다.(그냥 길가에 위치한 집에서 음식을 파는 듯한 곳이지 전문 음식점은 아니다.)

나는 사력을 다해 음식가게에 도달하자마자 바로 “워터애플 주스 TWO”를 외쳤다.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음식집 사람들은 이러한 내 모습이 웃긴지 계속 웃어된다. 물론 손님에게 예의가 아니니 입을 막고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티가 난다. 하기야 이 곳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이나 위선 따위는 어울리지 않으니 차라리 그냥 대놓고 즐겁게 웃는게 좋다. 귀여운 아이도 덩달아 웃는다. 그냥 나도 웃는다. 워터애플 주스 2잔을 받자마자 원샷했다. 이 감미로운 맛을 어찌 표현하랴! 감탄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또 웃긴 모양이다. 아마도 내가 무지 웃긴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잘 웃는 것 같았다. 약 10초 만에 주스 2잔을 깨끗이 비운 나는 원샷을 외쳤다. 아마도 그들에게 원샷을 의미를 비교적 잘 가르쳐 준 듯하다.(?) 음식가게에서 물 한병을 사들고 다시 ‘왓 푸’로 가는 길에 올랐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때마침 시원한 산들바람이 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주었다.

‘왓 푸’로 가는 이 길은 정말로 아름답다. 더위에 지쳐 생고생을 해도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라오스의 아름다운 하늘이 사방에 퍼져있다. 정말 하늘을 달리는 기분이다. 그때 저 멀리서 ‘왓 푸’가 있는 산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숨겨진 거대 크메르 사원 ‘왓 푸’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심장이 요통친다.

날 살려준 수박주스 2잔... 그 생명수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와 죽음의 레이스를 동행해준 고마운 자전거...

   
저 멀리 '왓 푸'를 간직한 산이 보인다. 산 이름이 '절의산'이라던가??

   
이제 '왓 푸' 탐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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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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