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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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반쯤 기다린 뒤 다시 나온 사내의 차에 올라타고서 얼마간을 더 달려 수도인 가옌에 도착한다. 사내는 친절하게도 프랑스청년의 목적지인 친구 집까지 골목길을 마다않고 데려다 준다.

나는 이때까지도 어디로 가야 할 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전혀 방향설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도착해서 어디론가 가면 되겠지! 하는 것이 생각이라면 생각이다. 얼떨결에 프랑스청년의 친구 집까지를 배낭을 메고 따라 올라가게 되었다.

산 밑에 위치한 집은 야자수열매며 바나나나무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집이다. 하지만 현관을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어질러진 빨랫감하며 흩어진 악기들 등이 정신을 현란하게 만든다. 도무지 청소라곤 하지 않는 듯하다.

여기저기 널린 대여섯 개 이상의 수북한 담배꽁초를 담은 그릇들 사이에서 앉아 베이스전기기타를 퉁기고 있던 청년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는 바닥에 널린 것들을 밀고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프랑스청년은 자신이 담갔다는 바나나 술을 가지고 오더니 얼음에 섞어 마시기 시작한다. 그 술을 받아 마시기에 앞서서 나는 지금껏 참고 있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방으로 가서 쌓인 그릇들을 비집고 수돗물을 틀어 벌컥 이며 들여 마신다. 주방이며 화장실은 웬만한 비위로는 봐주기가 힘이 들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다.

이들은 친구들끼리 모여 살고 있었으며 아마추어 연주그룹이기도 한 듯 전자악기가 구색 맞춰 구비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집에 사는 청년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마침 오늘이 이곳의 축제일이라고 한다.

사실 프랑스청년은 아마존을 건너던 배에서부터 오늘의 축제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었다. 이들은 나만 괜찮다면 내가 당분간 이집에 머물러도 좋다며 나름대로의 의견일치를 보았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긴 하였으나 때에 따라선 한 지저분 하는 나에게도 이들의 집안은 너무 지저분했다. 하지만 대화가 오갈수록 청년들이 마음에 들었다.

사방으로 어질러진 집안보다는 푸근한 청년들의 마음씀씀이가 뚝배기보단 장맛이었다. 축제는 밤 9시 즈음에나 간다고 하니 우선은 방 한곳의 구석자리에서 잠시 더위로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 몸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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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과 지옥으로 가는 선착장 그리고 축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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