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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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만난 가옌 마을의 풍경

아까부터 군데군데 길옆으로 사고가 난 듯 망가진 차량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뒹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뒤집어 지고 굴러 불에 탄 차량들이 일이백미터간격으로 한 대씩 있다. 처음엔 그냥생각에 이렇게 운전을 거칠게들 하니 사고도 많이 나는 가보다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도 하나같이 차량들이 불에 타 있는 것이 좀 이상했다. 꺽다리청년에게 물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버려진 저 차들은 흑인들이 훔쳐서 타고 다니다가 한적한 곳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불에 태워서 버리는 차량들이라고 한다. 설명을 들으니 정황은 이해가 되고 있었지만 그렇다면 이곳은 치안이 무지 불안 하다는 것을 대변 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훔쳐서 타고 다니던 차를 불을 질러버리니 범인을 잡을 수도 없으며 차량을 치우는데 돈이 드니 정부에서는 그대로 방치 한다고 한다.

바리케이드로 도로를 막아두고 검문을 하고 있었다. 살벌한 자동화기에 장갑차하며 경찰이라기보다는 군인에 가깝다. 여권을 보여주고 몇 마디 묻고 나를 거쳐 간 군인은 이번엔 꺽다리청년에게서 시간을 끌었다. 그를 차에서 내리게 한 군인들은 몸수색까지 하고 있었다.

나는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어 보기 위해서 차량 앞에선 경찰관에게 제복이 마음에 든다. 어디서 사야하냐는 등의 가벼운 말을 건넨다. 꺽다리청년은 서류 몇 장과 낡은 여권을 보여주고서도 한참을 설명한 뒤에야 훈방조치를 받았다. 이유인 즉 브라질인인 그는 비자 없이 이곳을 드나들 수는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일정기간이 지니면 여권 기간갱신을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번엔 반드시 연장이 되어 있어야지만 통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다.

갈림길엔 웃통을 벗은 베레모의 군인이 곡괭이자루를 들고 선 빛바랜 흰색의 실물크기 조각상이 서 있다. 꺾어지는 길과 살벌한 조각상의 분위기는 암울했던 우리의 80년대 초반 사진 등으로 본 삼청교육대 가는 길을 연상하게 한다.

이전엔 이 길로 내려가서 배를 타면 살아서는 다시 육지를 밟지 못한다는 지옥의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었다. 지금은 섬을 감옥박물관으로 만들어두고서 관광객들을 태우고 드나드는 선착장이다. 갈림길 우측으로는 새로 지은 감옥건물이 현대식 철조망담장으로 둘러쳐져서 흰색으로 우람하게 서 있었다.

그 규모로 보아선 아직도 본국에서 이송되어오는 죄수들이 꽤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우리를 실은 차가 갈림길로 내려선다. 운전사가 자신의 친척집에 잠시 들러 간다고 한다. 마을은 대개가 나무로지어진 낮은 판잣집들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구획 지어져 있다.

집집마다 화려한 열대 꽃들이 화단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처럼 만난 듯 차에서 내린 운전사와 집안에서 나온 가족들은 요란스런 포옹의 인사를 치른다. 우리와도 짧은 인사를 주고받는다.

가장인 흑인사내는 나에게 흑인인사법을 가리켜 준다. 악수를 두 번 더 손을 바꾸어 마주잡고 마지막엔 주먹을 쥐어 가슴의 심장부위에 가져다 대고 상대방과 눈빛을 교환하는 흑인 인사법이 마음에 든다.

집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회포를 푸는 동안 주변의 집들을 둘러본다. 마을은 흑인들만이 거주하는 듯하다. 낡은 판잣집들이긴 하였으나 누추하지는 않다. 제법 규모가 크고 집안 살림살이들 또한 보기에 초라해보이진 않는다.

꺽다리와 프랑스청년은 뙤약볕 아래에서 거리공연용인 깃발을 꺼내어 깃발 휘두르기를 연습한다. 목이 심하게 말라 물을 좀 얻어 마실 수 있지 않을까를 물었으나 이들은 말하기가 껄끄러웠던지 조금만 더 그냥 참으라고 권해온다. 살 곳이 없을까하고 골목을 한 바퀴 더 돌아보아도 가게는 보이질 않는다. 어떤 물이라도 마실 것 같았으나 참으라니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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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과 지옥으로 가는 선착장 그리고 축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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